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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 찬 모습에 가슴 철렁"…공항 달려나와 눈물 훔친 가족들

연합뉴스입력
美 구금됐던 근로자들 도착 앞둔 인천공항…"남편은 B-1 비자였다"
장인어른 기다리는 美구금 노동자 가족[촬영 이율립]

(영종도=연합뉴스) 이동환 김상연 정윤주 김준태 최윤선 이율립 기자 = "하늘이 무너진 심정이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의 아내 이모(43)씨는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전세기 도착을 기다리며 말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다 풀려난 근로자 330명(한국인 316명)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 KE9036편은 오후 3시 30분께 착륙할 예정이다. 이들을 애타게 기다려온 가족들이 공항에 모였다.

이씨는 "일주일간 너무 걱정했고 무사히 돌아온다는 것만으로 가슴 벅차다.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에겐 중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있다.

이씨 남편은 합법적인 B-1 비자(출장 등에 활용되는 단기 상용 비자)로 출장을 갔다. 원래 계획대로면 전날 귀국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처음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보이스피싱인가 했는데 돈을 달라는 이야기가 없어서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고 회고했다.

이어 "지난 7월 출국한 남편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마지막 귀국 일주일을 앞두고 사태가 터졌다"고 안쓰러워했다.

이씨는 회사에서 제공해준 차를 타고 충북 청주에서 왔다. 남편을 만나면 다시 이 차로 귀가할 예정이다.

전세기 도착 기다리는 가족들[촬영 김준태]

연신 눈물을 훔치는 가족도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직원의 아내 30대 조모씨는 80대 시어머니와 공항에 나왔다. 조씨는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거제도에 사는 시어머니도 아들 걱정에 밤잠을 설치다 입국 날짜가 정해져서 한걸음에 올라오셨다"며 "남편이랑 5분 남짓 통화를 했는데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씨의 딸은 아빠가 그냥 일하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안다고도 덧붙였다.

이상희(74)씨는 배터리 협력업체 직원인 아들 장모(44)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는 "아들과 통화를 한 번도 못 했다"며 "회사에서 '아드님이 구금되고 전화가 왔다'고 설명해줬다. 설마 간단한 조사만 받고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TV를 보니 구치소에 가고 쇠사슬을 채우는 모습까지 보여주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아들 장씨는 지난 7월 출국해 조지아에서 3개월 근무를 예상했다고 한다. 아들은 이전에 중국·베트남에도 출장을 가곤 해서 큰 걱정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회사에서 계속 아들 소식은 전해줬다"며 "아들이 건강하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전세기 도착 기다리는 가족들[촬영 김준태]

피켓을 준비한 가족도 보였다.

구금됐던 근로자의 사위 윤다운(40)씨는 "장인어른이 한눈에 알아보실 수 있도록, 가족들 빨리 만나기 위해 피켓을 준비했다"며 '류몽실 아빠'라고 적힌 피켓을 세워놨다.

류몽실은 윤씨의 장인이 키우는 강아지라고 한다. 윤씨는 장인이 지난 5일부터 연락이 안 됐다고 했다.

dhlee@yna.co.kr

(끝)

전세기 앞 석방 근로자들(애틀랜타=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을 태운 버스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대한항공 전세기 앞에 대기하고 있다. 2025.9.11 noww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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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기다리는 집으로'(애틀랜타=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을 태운 버스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대한항공 전세기 앞에 대기하고 있다. 2025.9.11 noww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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