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10번이면 알고리즘이 동료보다 나를 더 잘 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현대인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에 접속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는 생활 정보를 확인하고 지인의 근황을 파악하는 일반적인 통로가 됐다. 이렇게 정보기술(IT)을 이용하는 동안 기술기업과 정보 당국은 역으로 이용자에 관한 정보를 놀라울 만큼 축적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에는 개인에 관한 힌트가 담긴다. 10번 누르면 이를 학습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직장 동료보다 페북 이용자를 더 잘 파악하고 70개의 '좋아요'가 있으면 친구나 룸메이트보다 그를 더 많이 알게 된다. 300개에 달하면 알고리즘이 이용자를 예측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서 그 배우자를 뛰어넘는다고 한다.
2015년 4월 아프리카계 미국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미 볼티모어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가 사망하자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했다. 시위대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연결한 고해상도 카메라로 현장의 모습을 공유했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자유를 누리는 중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기술적 측면을 보면 한 명 한 명이 개인 식별 정보로 추적되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인터넷 트래픽과 32자로 된 안드로이드 광고 아이디를 외부에 함께 전송하고, 아이폰은 32자로 된 광고주용 애플 식별자를 보낸다고 한다. 사진 업로드에 쓴 휴대전화는 GPS 좌표나 소유자 집의 IP주소까지도 전송할 수 있으며 당국은 위치 정보, 차량 번호판, 사회보장번호, 전과 기록 등과 다른 정보를 접목할 수도 있다.

미국의 비영리 인터넷 매체 프로퍼블리카 기자인 매켄지 펑크는 신간 '세상을 데이터베이스에 가둔 남자'(다산북스)에서 빅데이터 산업이 구축한 감시사회의 면면을 이렇게 고발한다. 그는 데이터 융합 산업의 개척자인 행크 애셔(1951∼2013)의 일대기를 소개하고서 그가 만든 프로그램들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책에 따르면 젊은 시절 마약 밀수업자로 활동하다 쫓기는 신세가 된 애셔는 마약단속국의 민간인 비밀 요원으로 전향해 마약 밀매 조직 검거에 도움을 주고 옥살이를 피했다.
서른다섯 살에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는 코드를 작성하는 법을 배웠다. 애셔는 어느 날 보험업계 종사자로부터 플로리다주의 차량 등록 정보 전체를 검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대규모 데이터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된다.
개당 1페니에 사들인 차량관리국 기록은 개별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어 보였지만, 통합하면 위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같은 주소에 등록된 차량을 확인해 보험금을 중복으로 지급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애셔의 활동 범위는 점점 넓어진다. 그는 정부 데이터로 개인 이력을 분석한 뒤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행정기관에 공급한다. 2011년 9월 11일 납치된 여객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애셔가 알고리즘을 손질해 테러리스트를 색출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테러리스트 인자(factor) 명단을 뽑아 법 집행기관에 제공한 것이다. 알고리즘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가 뽑은 목록에는 419명의 이름이 담겼는데 그 중 한명은 실제로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에 충돌한 비행기 조종사 마르완 알셰히였다. 어떻게 이런 작업이 가능했을까. 애셔가 검찰 간부 등을 만나서 발표하는 장면에서 알고리즘이 작동한 방식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지난 12개월 동안 비행학교에 다닌 적이 있는 사람, 아파트를 임대했다가 12개월 내에 이사한 적이 있는 사람, 관광비자로 미국에 온 사람…."
얘셔가 이렇게 얘기하며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엔터키를 누르자 스크린에 아랍 이름을 지닌 12명의 운전면허증 사진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9·11 테러 납치범 10명이 포함됐다. 그는 미국 정부 기관과 '매트릭스'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존재감을 키운다. 정부는 매트릭스를 위해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대규모 감시시스템을 구성할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했고 애셔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알고리즘을 강화한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오래 가지 않아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불렀고 이내 애셔의 어두운 과거까지 공개되면서 그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애셔는 62세의 나이로 갑자기 삶을 마감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애셔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가 만든 프로그램은 형태를 바꿔가며 빅데이터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트릭스는 2005년 공식 폐지됐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중앙정보국(CIA) 및 연방정부와 주정부 기관 내부에 계속 살아남아 있다. 또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거의 80%, 세계 10대 은행 중 7개, 미국 1만8천개 법집행기관의 거의 100%에 애셔의 제품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저자는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효율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개인의 행동을 낱낱이 감시하고 프라이버시와 선택권을 줄여가는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은 컴퓨터가 우리의 모든 사소한 행동을 빠짐없이 수집하고 기억해 이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 세상, 그 어느 때보다도 과거가 미래를 결정짓는 세상이다. 이 세상은 당신이 되고자 하는 '미래의 당신'이 아니라 '과거의 당신'에게 맞춰진 세상,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아니라 기존의 편파적인 구조가 영속되는 세상이다."

이영래 옮김. 송길영 감수. 440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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