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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필로그] '위대한 개츠비' 닿을 수 없는 그린라이트, 무모했지만 인간적인 (엑:스피디아)
엑스포츠뉴스입력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군 파병과 경제적인 이유로 헤어져야 했던 여자와 다시 사랑을 이루려는 개츠비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를 돌이키려고 한 그의 열정은 낭만적이지만 동시에 무모했다.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맹목적인 집착은 가난했던 과거와 신분에 대한 결핍, 상류층의 일원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계급의 선을 진정으로 좁힐 수 없다는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것일 터다.
이유야 어떻든, 적어도 닉 캐러웨이의 시선에서 개츠비는 톰, 데이지 같은 속물적인 기득권층과 비교하면 진실한 사람이다. 자기만의 꿈과 열망, 믿음을 끝까지 지켰다. 개츠비 앞에 ‘위대한’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뮤지컬 ‘위대한개츠비(The Great Gatsby)’의 서울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서울 GS아트센터에서 공연하고 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았다. 지난해 4월 뉴욕 브로드웨이 씨어터(Broadway Theatre)에서 막을 올려 흥행했고 영국 웨스트엔드에도 진출했다.
한국 제작자가 직접 기획하고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시킨 첫 뮤지컬이다.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를 가진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수상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더불어 K 뮤지컬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의 고전 소설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동명 영화를 접해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은 폭발적인 경제 성장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간 1922년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와 그가 사랑한 데이지 뷰캐넌의 사랑에 초점을 두고 인간의 꿈과 사랑, 욕망이 가득한 이야기를 그린다.

돈을 번 과정은 비록 부정했지만 개츠비는 부자가 돼 돌아온다. 데이지는 톰과 결혼해 유부녀가 됐지만 데이지를 향한 사랑을 포기 못 한 개츠비는 일부러 데이지가 거주하는 이스트에그 저택 맞은편 웨스트에그에 대저택에 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데이지와의 접점을 만들려고 매주 성대한 파티를 열며 각종 축하 인사와 사람들을 초대한다.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이상이자 환상이다. 그러데 환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 컸다. 데이지를 표상하는 집 앞 선착장의 초록빛 불빛이 선명하지만 닿을 수 없듯이 개츠비의 바람도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데이지를 향한 사랑, 데이지와 만나 과거의 행복을 되찾으려고 했던 그의 열정은 다소 집착적이었다. 애초에 출발선이 다르고 닿기 어려운 존재를 탐한 건 어리석었다. 하지만 인생 자체를 탈바꿈할 만큼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집념과 절실한 마음 자체는 순수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영화로 먼저 접한 관객들은 개츠비(디카프리오 분)가 샴페인 잔을 들고 미소를 짓는 장면, 성대하고 화려한 대저택과 파티, 개츠비의 노란색 자동차, TJ 에클버그 광고판, 바다와 초록 불빛 등을 기억할 것이다. 뮤지컬은 시공간적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화려한 무대와 의상으로 시선을 끈다.
'Roaring On', ‘New Money’, 'La Dee Dah with You' 같은 흥겨운 음악부터 'For Her', 'For Better or Worse'. 'My Green Light', 'Past is Catching Up to Me'처럼 애절한 음악까지 극에 어울리는 넘버들이 이어진다.
여기에 파티신의 탭댄스까지 볼거리, 들을 거리가 충분하다. 시대와 배경을 초월해 다양한 국가의 관객에게 사랑을 받을만한 요소를 갖췄다.
매트 도일, 센젤 아마디, 엠버 아르돌리노, 제럴드 시저의 역량도 뛰어나다.

다만 주인공인 개츠비 캐릭터가 다소 평면적이다.
원작과 영화에서는 데이지가 개츠비를 두고 비겁하게 떠났지만 뮤지컬에서는 장례식 후 데이지와 닉의 대화를 넣어 데이지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 톰의 불륜녀 머틀에게도 넘버 'One Way Road'를 통해 유리한 서사를 부여했다.
이로 인해 오히려 개츠비의 '위대한' 면모가 덜 나타난 점은 아쉽다.

전반적으로 소설, 영화와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간다. 다분히 미국적인 작품인 만큼 미국의 문화, 정치적 상황을 자세히 담은 원작 소설을 읽고 간다면 이해와 몰입이 더 쉬울 듯하다.
사진= 오디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