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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정상회담'에 러시아는 만족…휴전·고립·제재 다 피했다

연합뉴스입력
"알래스카 회담 전환점 삼아 美와 대화·협력 복원 기대"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트럼프와 푸틴[EPA/크렘린풀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우크라이나 휴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에서 약 3시간 동안 회담하고 기자회견도 했지만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우크라이나 휴전에 대해서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언급만 나왔다.

두 대통령은 모두 자체적으로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푸틴 대통령이 차기 회담을 모스크바에서 하자고 제안하는 등 후속 협상과 관계 개선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6일 텔레그램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최고위급 회담을 위한 메커니즘이 완전히 복원됐다. 차분하게, 최후통첩이나 위협 없이"라고 논평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어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이 전제조건 없이, '특별군사작전'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 측 조건을 자세히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지 않기로 했다고 짚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멈추거나 휴전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서도 미국과 대화를 이어갈 기회를 잡은 것을 이번 회담의 성과로 평가한 것이다.

반대로 서방은 즉각적인 휴전은 이뤄지지 않은 채 푸틴 대통령에게 국제적 고립 탈피의 기회만 제공한 꼴이라며 이번 회담을 비판하고 있다. 휴전에 대한 실질적 성과 없이 푸틴 대통령에게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는 환영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러시아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리무진에 푸틴 대통령을 태우는 등 파격적인 예우를 한 것에도 주목했다.

러시아 싱크탱크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의 전문가 알렉세이 나우모프는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국제적 고립이 완전히 극복됐고 (미국의 대러) 제재도 도입되지 않았으며 트럼프는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지 않았고 전장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우모프는 이번 정상회담이 즉흥적으로 진행됐고 사전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휴전의 돌파구가 없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통적 외교 관점에서 봤을 때 회담의 주요 진전은 비밀로 감춰져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두 대통령이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는 것은 휴전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 고려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티모페이 보르다체프 러시아 고등경제대 교수는 코메르산트에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패배'와 '고립' 개념을 지운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장은 텔레그램에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알래스카 회담은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양국 대화의 완전한 복원을 위한 여러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의 러시아 대표단 중 한 명이었던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는 텔레그램에서 이번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며 "많은 저항이 있겠지만 우리는 계속 미·러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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