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화재로 일가족 3명 숨져…발화지점 4곳 '방화 추정'(종합3보)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박세진 기자 =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새벽시간대 방화가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3명이 숨졌다.
10대 남매 2명은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40대 모친은 추락사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10일 대구경찰청과 대구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5분께 동구 신천동 한 17층짜리 아파트 11층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났다는 주민 신고에 119가 출동해 19분 만에 불을 껐으나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자녀 A(13)군과 B(11)양은 안방에서 누운 채 숨진 상태로 119구조대원에 발견됐다.
모친 C(47)씨는 아파트 화단에서 추락한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정확한 추락 시점을 확인할 폐쇄회로(CC)TV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사망자들에게 별다른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불로 주민 3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경상을 입었고 20명은 스스로 대피하기도 했다.
사망한 일가족과 함께 사는 아버지는 당시 출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현장에서는 안방과 주방, 거실 2곳 등 총 4곳의 발화 지점이 확인됐다.

발화 지점 주변에는 양초와 성냥이 다량 놓여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아파트는 1998년에 준공됐으며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70대 한 주민은 "경비 아저씨가 문을 계속 두드려서 잠에서 깼고 1층으로 대피했다"며 "아직 놀란 마음이 진정이 안 돼서 밥도 못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또 "대피할 때 소방대원들이 불이 난 집 문에 손을 갖다 대고 '뜨겁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문을 강제로 여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은 "불이 났을 때 아파트에서 대피하라는 방송이나 경보기 음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재 현장에 남아 있는 발화 흔적 등에 비춰 방화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도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을 아직 방화로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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