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간판 선수였던 마커스 래시포드가 오랜 갈등 끝에 구단과 결별하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는다.
이번 이적은 단순한 임대가 아닌, 래시포드가 수년간 꿈꿔온 새로운 무대로의 진출이자, 그의 커리어 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오랜 시간 유소년 시스템부터 성장한 선수로서 맨유의 스타로 여겨졌던 래시포드는, 이번 여름 자신이 누구보다 원하던 결단을 내렸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1일(한국시간) "래시포드가 바르셀로나로의 임대 이적을 완료하기 위해 지난 일요일(20일) 밤 스페인에 도착했다"며 "맨유는 그의 이적을 최종 승인했으며, 계약은 1년 임대와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된 구조"라고 보도했다.
이로써 래시포드는 2025-2026시즌을 캄프 누에서 보내게 되며, 추후 활약 여부에 따라 바르셀로나가 완전 영입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겼다.

이적 성사는 최근 며칠 사이 빠르게 전개된 협상 덕분이다. 바르셀로나와 맨유는 불과 일주일 사이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고, 이어진 조건 조율 끝에 맨유가 공식적으로 이적 허가를 내리면서 절차가 완료됐다.
이 과정에서 래시포드는 자신의 의지를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미 맨유에서의 역할 변화와 기회 부족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고 선언한 이후 반 년 만에, 소망을 현실로 바꿨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리버풀의 루이스 디아스, 아틀레틱 클루브의 니코 윌리엄스 등을 우선 타깃으로 삼았으나, 협상 난항으로 대체 옵션을 찾아야 했다.
결국 오래 전부터 관심을 보이던 래시포드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고, 선수 본인의 적극적 의지에 힘입어 성사가 가능했다.
특히 복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래시포드가 바르셀로나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존 31만 5000파운드(약 5억 8000만원) 주급에서 15% 삭감을 자진 수용했다. 그의 바르셀로나 입단 열망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정난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는 현재도 라리가 사무국으로부터 신규 선수 등록 문제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영입된 다니 올모가 3경기 동안 출전하지 못 했던 것처럼, 래시포드 또한 당장 정식 등록이 어려울 수 있었다. 그러나 선수의 급여 삭감과 선수 본인의 조율 덕분에 등록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평가다.

바르셀로나 현지 언론 '스포르트'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는 최대 3500만 유로(약 565억원)의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되어 있으며, 바르셀로나는 래시포드의 연봉을 부담하게 된다.
바르셀로나는 이적료 부담 없이 1년간 래시포드를 테스트할 수 있고, 맨유는 고액 주급자를 한 시즌 동안 임대료 없이 정리할 수 있는 '윈-윈' 구조다.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역시 "맨유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4명의 윙어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며, 래시포드를 일찌감치 방출한 것은 효율적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래시포드가 선택할 등번호도 주목을 받고 있다.
스페인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 바르셀로나 1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번호는 14번, 19번, 22번 등이며, 이 가운데 14번은 요한 크루이프와 티에리 앙리가 착용했던 상징적인 번호다. 특히 앙리는 어린 시절부터 래시포드가 존경하던 선수로 알려져 있어, 해당 번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래시포드는 메디컬 테스트를 앞두고 있으며, 이르면 현지시간 기준 22일 안으로 정식 입단 절차를 마무리하고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바르셀로나는 이달 말부터 일본과 한국을 도는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7월 27일 일본 고베에서 비셀 고베와 경기한 뒤,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 8월 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FC와 친선 경기를 치른다. 래시포드는 이 일정에 맞춰 투어 명단에 합류할 계획이다.
합류 직후 열리는 일본전은 쉬고 한국에서의 두 경기 중 바르셀로나 데뷔전을 치르는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에서의 경기에서 래시포드가 과거 맨유 동료였던 제시 린가드와 재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BBC' 역시 "린가드는 현재 K리그 FC서울에서 두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으며, 래시포드가 투어에 합류할 경우, 서울에서 린가드와 다시 만나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래시포드는 맨유 유소년 출신으로 2016년 프로 데뷔 이후 통산 426경기 138골 63도움을 기록한 스타 선수다.
특히 2022-2023시즌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7골을 기록하며 맨유의 중심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최근 2시즌 동안은 부진과 사생활 문제, 훈련 태도 논란 등으로 인해 급격히 입지가 축소됐고, 후벵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는 완전히 전력 외로 밀려났다. 그가 6월 중순 이후 1군 훈련 없이 별도 훈련에만 참가한 점만 보더라도, 맨유에서의 미래는 사실상 닫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래시포드는 여름 내내 개인 훈련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칸 휴양지에서도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지면에서 볼 훈련을 이어갔으며, 이후 맨체스터 복귀 후에도 하루 4시간 이상 체육관에서 체력 관리를 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노력이 배신하지 않은 건지, 이제 그는 그토록 원하던 캄프 누에서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게 됐다.
한 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칭송받던 그가 스페인 라리가 명문 구단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 새 시즌 유럽축구의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 파브리치오 로마노 / ESPN FC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