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 현장 직접 보니…축하 박수 속 한국 17번째 유산으로
"선사·고대사회 삶의 모습 생생…탁월한 가치, 국제사회도 인정"
3천명 참석하는 세계유산 국제회의, 부산서 열릴까…다음 주 발표
"선사·고대사회 삶의 모습 생생…탁월한 가치, 국제사회도 인정"
3천명 참석하는 세계유산 국제회의, 부산서 열릴까…다음 주 발표

(파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반대 의견 있으십니까? 없으므로 채택합니다."
12일(현지시간) 오전 10시 20분께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이끄는 니콜라이 네노프 의장의 말이 끝나자 회의장에 있던 한국 대표단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 땅을 살아간 사람들이 수천 년에 걸쳐 빚어낸 걸작,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가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이 되는 순간이었다.

등재가 확정되자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두 손을 번쩍 들었고 주변에 있던 르완다, 카타르 등 각국 대표단은 한국 대표단을 향해 힘찬 박수를 보냈다.
울산에서 온 '문화경제사절단' 20여 명은 '반구천의 암각화'라고 쓰인 연둣빛 손수건을 펼쳐 보이며 함성을 질렀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영어로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도록 지원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 청장은 "이 유산은 암각화 전통을 보여주는 매우 특별한 사례"라며 "선사·고대 사회의 정신세계와 삶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앞으로 암각화를 잘 보존하고 가치를 널리 알리면서 문화 경쟁력을 높이고 문화관광 기반도 제대로 다지겠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등재는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를 널리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이탈리아 '발카모니카의 암각화', 포르투갈·스페인의 '코아 계곡과 시에가 베르데의 선사시대 바위그림 유적' 등 30여 건의 암각화 관련 유적이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여느 암각화와 달리, 반구천의 암각화는 인류의 '창의적 걸작'이라는 점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세계유산 운영 지침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평가하는 10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이 가운데 첫 번째인 '인간의 창조적 천재성이 만들어낸 걸작을 대표해야 한다'와 세 번째인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세계유산 17건 가운데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한 건 석굴암·불국사뿐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인도의 타지마할,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이 첫 번째 조건을 통과한 대표적인 유산이다.

세계유산 의제 분야 전문가인 이화종 한양대박물관 연구교수는 "등재 기준 1번은 적용되기 쉽지 않은데, 선제적으로 접근해 (유산에 대한) 해석을 정말 잘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최 청장 역시 "위원회의 결정은 (반구천의 암각화) 유산이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지방 정부와 협력해 유산을 잘 보존하고 유산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뒤, 최응천 청장과 한국 대표단을 직접 찾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인사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위한 후보 도시 선정위원회를 열어 내년에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의 후보 도시로 부산을 선정한 바 있다.
현재 한국 외에 유치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힌 국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변이 없는 한 차기 대회가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현재로선 큰 상황이다.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유산협약 당사국 196개국 가운데 21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 활동 중이다.
세계유산위원회에는 196개 협약국 대표단을 비롯해 유네스코 사무총장, 문화유산 분야 비정부기구(NGO), 학계 관계자 등 약 3천명이 참석하는 주요 국제회의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한국이 (차기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하게 되면) 성공적으로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지 입장을 드러냈다.
차기 개최국은 15일(현지시간) 회의에서 공표할 예정이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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