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산 장편 SF '엔트로피아'·송희지 시집 '잉걸 설탕'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노래들 = 자코모 레오파르디 지음. 김운찬 옮김.
이탈리아 시인 자코모 레오파르디(1798∼1837)의 대표작을 엮은 책이다. 총 41편의 시가 수록됐다.
레오파르디는 19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사상가다. 그는 인간의 유한성을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이를 시의 언어로 형상화해 이탈리아에서 단테 이후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책에 수록된 레오파르디의 대표 시 '무한'은 언덕에 앉아 무한한 세계를 바라보며 그와 대비되는 인간의 유한함을 성찰하는 내용이다.
"저 무한한 침묵을 이 목소리와 / 비교해 본다. 그러면 영원과 이미 죽은 계절들, / 살아 있는 현재의 계절과 그 소리가 / 마음속에 떠오른다. 그렇게 / 광활함 속에 나의 상상은 빠져들고, / 이 바다에서의 난파는 달콤하구나."(시 '무한'에서)
단테의 '신곡'을 비롯해 여러 이탈리아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옮겨온 김운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가 간결하면서도 시어의 의미를 살려 번역했다.
나남. 304쪽.

▲ 엔트로피아 = 김필산 지음.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수상한 김필산이 펴낸 첫 장편 SF(과학소설)다.
소설은 서기 400년경 로마의 한 장군이 제국을 게르만족에게서 지켜낼 수 있을지 물어보기 위해 선지자를 찾아가 대화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장군은 선지자가 중후한 노인일 거라 짐작했지만, 어린아이의 모습인 것에 놀란다. 선지자는 2200년경 노인으로 세상에 나타나 1천800년 동안 시간을 거슬러 살아오며 차츰 어린 모습으로 변해왔다.
선지자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장군에게 들려준다. 2200년의 한국, 중세 동로마 제국의 코르도바, 10세기 무렵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 등 다양한 시공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 인물의 행보를 통해 인류 문명의 역사를 되짚고 미래를 내다본 구성은 '천일야화'를 연상시킨다.
허블. 392쪽.

▲ 잉걸 설탕 = 송희지 지음.
"여름 장미가 / 울타리를 잡아먹고 있었다 / 아름답도록 // 사람들이 / 그 앞에서 셀피 찍었다 /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포즈로 // "나도 장미를 만들 수 있는데 / 극한의 극한까지 벌릴 수 있는데" // 이런 생각 / 이런 나는 / 금기일 것이다"(시 '플라세보이펙트-플레이리스트'에서)
2019년 문예지 '시인동네'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24년 문지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한 송희지(23)의 두 번째 시집이다.
고등학교 자퇴 이후 18살에 데뷔했을 때부터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퀴어 문학을 창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신의 몸을 매개로 자아를 탐구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나의 게이가 투수의 몸을 입고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나의 게이는 나를 어디까지 던질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다.
문학과지성사.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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