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건축가 김원의 건축 이야기(3) 메가 플로트의 꿈
연합뉴스
입력 2025-07-09 15:50:05 수정 2025-07-09 15:50:05


김원 건축가건축환경연구소 광장 제공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메가 플로트 조감도사진 출처 : 홈페이지 캡처

필자는 우리 국민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토를 향유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땅은 급속한 경제발전과 개발붐을 타고 크게 훼손돼 왔다.

브레겐스 뮤직 페스티벌사진 출처 : 홈페이지 캡처

우리는 인구 밀도로 봐도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이제 국토의 활용 방법에서도 진일보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체 땅의 70퍼센트에 달하는 산지는 국토를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잘 보전해 나가야 한다. 활용하더라도 부가가치가 높고 밀도 있는 활용을 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공간을 강과 바다로 확장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은 거의 무한대의 공간이며 사용료도 없고 주인도 없다.


이런 생각은 오래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있어 왔다.


물론 선사 시대부터 있었던 수상주거(水上住居)를 논외로 하고도, 1960년대에 이미 네덜란드는 비좁은 국토 현실을 감안해 바다에 띄워서 건설하는 부유식 공항(浮遊式 空港, floating airport)을 활발히 연구했다.


일본도 유명건축가 단게 겐조(丹下健三)가 동경만 계획(東京灣 計劃, 1962)을 발표하면서 해상도시(floating city)의 시대를 예언한 바 있다.


네덜란드나 일본의 국토와 인구 형편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오래전부터 이런 노력을 했어야 옳았다고 본다.


지금 바로 그런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미래의 활용을 위해서라도 절실한 연구 과제다.


우리의 해양 기술과 조선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만큼 바야흐로 강과 바다를 활용하는 친수공간(親水空間)을 창출하는 일이 시대적 소명이라 할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1999년 10월에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1억6천만 달러에 수주한 세계 최대 규모의 228MW급 바지(barge) 복합화력발전소를 축구장보다 큰 대형 바지선(110mx56m) 위에 만들고 그 위에 화력발전소를 건조했다.


이 구조물은 인도까지 견인돼 넘겨졌다. 발전 용량은 인구 100만 명인 울산시가 사용하는 전력 소요량 220㎿보다 더 큰 용량이었다.


1995년 일본에서는 메가 플로트(mega float) 계획이라 해 대형구조물을 바다에 띄워서 공장, 특히 조선소, 항만, 나아가 공항조차도 만들어 보자는 목적의 논의가 있었다.


그리하여 조선, 철강 등 17개 업체가 공동으로 폭 60m에 길이 300m의 활주로를 만들어서 소형항공기의 이착륙 실험을 끝냈다.


보통 우리 조선소에서 만드는 30만톤 유조선의 길이가 300m인 것을 감안하면 상자형 메가 플로트 10개를 이어 붙여 보잉 747이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만드는 일은 간단한 기술이라고 한다. 이미 이것들을 서로 묶는 수중 용접 기술도 개발됐다.


우리도 1995년에 정부의 특정 연구개발사업으로 한국기계연구원과 삼성중공업이 100억원을 투입해 길이 4.5킬로, 넓이 1.5킬로미터의 초대형 부유 시설물을 연구하고 실험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직사각형의 한쪽 면은 육지에 연결되고 바다 쪽 3면에는 방파제가 조성되는 계획이다. 대형 컨테이너 10척이 동시에 접안해 3.7킬로의 활주로에 이착륙하는 보잉747 화물기에 수출품을 적재하게 되는데 10년의 세월과 16조원의 건설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05년에도 해양수산부가 초대형 부유식구조물 연구를 지원함으로써 세계 최강의 우리 조선 기술과 접목해 일본에 앞선 상용화를 시도한 바 있다. 떠 있는 공항은 산을 깎아 바다를 메우는 이중의 환경파괴를 막을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스의 뮤직페스티벌(Bregenz Music Festival) 무대는 물 위에 떠 있다. 인구 3만명의 이 작은 도시가 이렇게 문화적으로 활발한 곳일 줄은 잘 몰랐다. 2차대전 직후 마을 앞 호수에 바지선을 띄워 무대를 삼고 육지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작은 전통이 오늘날 세계 3대 페스티벌의 하나가 됐다.


1979년부터는 콘크리트 말뚝을 박아 바지선을 반 고정식으로 정착시키고 웨스트사이드스토리 같은 국제음악 행사를 벌였다. 으리으리한 음악당 없이도 세계적인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오히려 그 맛에 더욱 유명해진 성공담이다.


쿠바의 카스트로는 전국의 발전 설비를 이동식으로 바꿔 전력 생산의 효율화와 배전 설비의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사업을 우리나라 기업에 의뢰하기도 했다. 만일 우리도 그와 같은 이동식 발전 설비들을 해상에 띄워 옮겨 다닐 수 있었다면 오늘날 경북 일대에 편중된 발전시설들로 인해 나라 전체가 송전탑과 송전선으로 뒤덮이는 국토 파괴 행위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개성공단 같은 북한 땅에도 필요에 따라 발전선을 파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LED 같은 발광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로 전력 소비가 대폭 줄어들고 송전 인프라에도 축소 지향적인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을 생각하면 위와 같은 송배전 방식은 크게 잘못된 정책의 소산이었다.


또한 발전선뿐만 아니라 서남해 오지의 외딴섬에는 병원선이 순회하면서 환자를 돌볼 수 있는데 이런 개념을 발전시키면 어쩌면 경치 좋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도 바다 위에 띄워진 대규모의 노인요양시설이 인기리에 분양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도 해군기지도 미국이 세계 각국에 구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부유식(浮遊式) 해상보급기지(海上報及基地)로 대체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도 있었다.


사전집적선단(事前集積船團)이라는 일종의 항공모함에 전투부대의 작전에 필요한 탄약, 식량, 수리 부품 등을 미리 쌓아 두는 방식으로 사전에 해상의 보급기지를 만드는 것인데 지상기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분쟁지역 공해상에 해군기지를 미리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도 괌과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지중해 등 세 곳에 16척의 집적선을 배치해 30일 정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데, 이를 확대 보완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김중업 선생이 제주도 해상에 떠 있는 바다호텔을 제안한 적이 있었으나 당시만 해도 거기까지 사업성이 없었지만, 용도 폐기된 석유시추선(oil rig)을 활용해 리그 리조트(rig resort)라는 해상호텔이 문을 열기도 했다.


멕시코만에는 약 4천개의 시추선이 있다. 여기에다 해양 리조트 호텔을 지으면 바다를 만끽하는 아주 경제적인 해양 리조트가 될 것이다. 서울시도 과거에 베네치아의 수상 오페라하우스처럼 한강에 띄울 수 있는 이동식 공연장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강에 주교(舟橋, 배다리)를 띄워 자전거와 보행자의 전용도로로 해 보자는 친환경적인 아이디어도 있었다. 옛날에는 임금님이나 쓸 수 있었던 배다리를 일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칸 영화제처럼 일시적으로 사람이 붐비는 행사 기간에는 바다에 띄운 유람선이 해상호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물론 행사가 끝나면 그 배는 철수하면 그만이다. 바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천시 옹진군 굴업도의 골프장 개발 논쟁을 보면서 우리도 서해를 유람하는 바다호텔을 띄워 아름다운 섬들을 모두 그대로 살리면서 유람선 여행을 한다면 지중해 유람선 못지않은 아름다운 서해의 낙조 유람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동시에 이는 해상안보와 대중국 외교에도 시의적절한 선언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대한민국건축대전이 '친수공간'이란 주제로 열렸던 적이 있었다. 당시 출품된 수많은 응모작을 심사하면서 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젊은 건축학도의 큰 관심과 그 분야 기술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아주 의미 있게 봤다.


이러한 아이디어와 작품이 많이 실용화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해 깊은 관심과 관계 당국의 지원이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더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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