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과 물가에 도시 떠나는 사람들
서울대 김세훈 교수 신간 '도시 관측소'
서울대 김세훈 교수 신간 '도시 관측소'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실리콘밸리의 심장이다. 애플,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 잘 나가는 빅테크 기업들이 모여있다. 차기 빅테크를 노리는 유니콘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들도 즐비하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핵심'이라는 화려한 명성 뒤에는 치솟는 주거비와 생활비, 범죄 위험이라는 만만치 않은 그림자도 드리워있다.
2019년 기준 샌프란시스코 단독주택 중위가격은 160만달러(약 22억원) 수준으로, 당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약 8억원)의 약 세 배에 달했다. 2024년 4월에는 185만달러(약 25억원)까지 치솟았다.

월세를 제외한 4인 가족 한 달 생활비만 5천650달러(약 775만원)에 이른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연소득 10만4천400달러(약 1억4천300만원) 이하는 저소득층으로 분류돼 주거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사이트 스마트에셋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소득 33만9천달러(약 4억7천만원) 정도는 돼야 샌프란시스코에서 안락한 생활이 가능하다.
거주·생활비, 임대료 등이 비싸다 보니 도시 탈출도 잇따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와 X(옛 트위터)는 텍사스로, 쉐브론과 휴렛페커드, 엔터프라이즈는 휴스턴으로, 뉴트로지나는 뉴저지 등지로 옮겼다. 미국 후버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52개 기업 본사가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주를 떠났다. 꼭 회사에 출근할 필요가 없는 프리랜서나 재택·원격 근무자들은 아예 물가 싸고 기후 좋은 멕시코로 떠나는 추세다.

많은 이들이 떠나다 보니 도심은 텅텅 비고 있다. 도심 오피스 공실률은 50%를 넘었고, 2019년 5%에 불과했던 도시 전체 공실률도 2024년 2분기 기준으로 34.5%로 치솟았다. 오피스 세 채 중 한 채는 비어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떠나고 도심이 텅 비자, 그 자리를 노숙자가 채웠다. 샌프란시스코에는 1만명의 노숙자가 있는데, 2024년 기준 새로 늘어난 노숙자의 40%가 타지역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김세훈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신간 '도시 관측소'(책사람집)에서 샌프란시스코 사례를 들며 "도시가 지나치게 비싸지고 일자리의 허리가 사라지면 그 부담은 결국 구성원에게 돌아온다"고 지적한다.

서울은 어떨까. 서울의 물가수준은 세계 14~15위권이다. 집값은 비싸다. 단독주택, 연립주택, 아파트를 포함한 서울 주택의 중위 가격은 올해 6월 10억원을 돌파했다. 국민주택 '아파트'만을 놓고 보면 중위가격은 약 13억3천만원에 달한다. 100만달러(약 13억7천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샌프란시스코처럼 집값 상승으로 서울을 떠나는 이들도 잇따르고 있다.
책에 따르면 서울 인구는 1992년 1천9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4년 1분기 960만 명대로 30여년 만에 100만명 넘게 줄었다. 서울연구원은 2040년 서울 인구가 916만명으로 떨어져 1980년대 초반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공실률도 상당하다. 올해 1분기 명동, 홍대, 청담 등 서울 주요 가두 상권의 공실률은 15.1%에 달했다. 한때 대표 상권이었던 신사동 가로수길의 공실률은 41.6%에 이른다.
저자는 "(샌프란시스코의 사례처럼) 세계 혁신의 심장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집값과 물가가 치솟고, 기업과 근로자가 떠나고, 범죄 문제까지 겹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은 순식간에 도시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한국의 도시들은 이미 집값과 생활비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며 "'탈 캘리포니아'가 주는 교훈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책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서울 성수동의 재편, 제주 탑동의 재생, 무신사-넷플릭스-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의 도시 공간 전략 등을 두루 살피며 이들 도시와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30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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