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조성환 감독 대행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2경기 연속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 연승을 내달렸다.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의 방망이가 게임을 지배했다.
두산은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팀 간 10차전에서 8-5로 이겼다. 지난 6일 잠실 KT 위즈전 8-7 승리에 이어 2경기 연속 게임 후반 열세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3연승을 달리며 35승48패3무(승률 0.422)가 됐다. 순위는 변함 없이 9위다.
패한 롯데는 46승38패3무(승률 0.548)가 되면서 이날 키움을 누른 LG 트윈스(47승37패2무)에 2위를 내줬다.
두산은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우완 영건 최민석이 5이닝 7피안타 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고전하면서 게임 주도권을 롯데 쪽에 뺏겼다. 대신 불펜진이 박정수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박신지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비자책), 박치국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김택연 1이닝 무실점 등으로 제 몫을 해줬다.

두산 타선의 파괴력도 빛났다. 정수빈 1안타 1볼넷 2득점, 제이크 케이브 3안타 2홈런 3타점 2득점, 김재환 3안타 1득점, 오명진 2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 등으로 활약했다.
두산은 특히 케이브가 8회초 동점 2점 홈런, 9회초 쐐기 솔로 홈런을 때리면서 팀 승리를 견인했다.
반면 롯데는 홍민기가 5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4사구 1실점으로 호투하고, 황성빈 2안타 1득점, 박찬형 1안타 1타점 1득점, 빅터 레이예스 2안타 1홈런 2타점 1볼넷 1득점, 장두성 2안타 1도루 1득점 등으로 활약했지만 불펜 난조 속에 고개를 숙였다.
◆'마황' 돌아온 롯데, 황성빈 앞세워 연승+단독 2위 도전
롯데는 이날 황성빈(중견수)~박찬형(3루수)~빅터 레이예스(좌익수)~전준우(지명타자)~나승엽(1루수)~유강남(포수)~전민재(유격수)~장두성(우익수)~한태양(2루수)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좌완 파이어볼러 홍민기가 마운드에 올랐다.
눈에 띄는 건 황성빈의 리드오프 기용이었다. 롯데는 이날 게임에 앞서 투수 박세웅과 터커 데이비슨, 외야수 한승현, 내야수 김민성 등 4명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외야수 황성빈과 조세진, 내야수 최항, 투수 김진욱 등 3명이 등록됐다.

황성빈은 지난 5월 5일 사직 SSG 랜더스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쪽 4번째 중수골이 골절, 수술대에 오르는 아픔을 겪었다. 부상 전까지 28경기에서 타율 0.324(111타수 36안타) 12타점 10도루 OPS 0.744로 제 몫을 해주고 있었던 가운데 선수와 팀 모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이탈이 발생했다.
황성빈은 다행히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전반기 내 1군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T-배팅 훈련에 돌입, 조금씩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퓨처스리그 게임에 출전해 실전 감각을 조율한 뒤 이날 1군으로 돌아왔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황성빈의 몸 상태는 괜찮다. (경기에) 나가서 하는 건 다 된다"며 리드오프의 귀환을 반겼다.
◆레전드 은퇴식 빛낸 역전승, 기세 이어 가려는 두산
두산은 이날 이유찬(유격수)~정수빈(중견수)~제이크 케이브(우익수)~양의지(포수)~김재환(지명타자)~박준순(3루수)~오명진(2루수)~강승호(1루수)~추재현(좌익수)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우완 최민석이 홍민기와 맞대결을 펼쳤다.
두산은 지난 6일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서 드라마를 썼다. 3-6으로 끌려가던 8회말 무사 1, 2루에서 터진 양의지의 1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김재환의 역전 3점 홈런 등을 묶어 5득점을 뽑아내고 단숨에 8-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두산은 9회초 마무리 김택연이 KT의 거센 저항에 다소 고전,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리드를 지켜내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팀의 레전드 김재호의 은퇴식 날 짜릿한 역전승을 따내면서 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조성환 두산 감독 대행은 "지난 6일 승리의 분위기를 오늘도 이어가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정말 많이 돌려봤다"며 "작은 힘이 모여서 큰 일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선수들이 느꼈으면 한다. 나에게도 의미가 큰 경기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선취점은 두산의 몫, 오명진의 장타로 앞서가는 두산
기선을 제압한 건 두산이었다. 두산은 2회초 2사 1루에서 오명진의 방망이가 롯데 선발투수 홍민기를 울렸다. 오명진이 우중간을 깨끗하게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쳐내면서 1-0으로 먼저 앞서갔다.

오명진은 홍민기의 초구 151km/h짜리 직구를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온 실투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잡아당겨 롯데의 우중간 외야를 깨끗하게 갈라놨다.
두산은 계속된 2사 3루에서 추가 득점을 노렸다. 다만 강승호가 홍민기에게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점수 차를 벌리지는 못했다.
◆최민석의 호투 행진, 공격 풀리지 않는 롯데
두산 선발투수 최민석도 좋은 컨디션을 뽐냈다. 최민석은 1회말 1사 1, 2루 위기에서 롯데 4번타자 전준우와 5번타자 나승엽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고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최민석은 2회말에도 2사 1, 2루 고비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롯데 리드오프 황성빈을 2루수 땅볼로 솎아 내고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3회말에는 박찬형을 중견수 뜬공, 레이예스를 좌익수 뜬공, 전준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최민석은 4회말 롯데 공격도 삼자범퇴로 봉쇄했다. 선두타자 나승엽을 좌익수 뜬공, 유강남을 중견수 뜬공, 전민재를 유격수 땅볼로 차례로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반면 롯데는 게임 초반 득점권 찬스를 놓친 뒤 좀처럼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침묵 깬 롯데 방망이, '발'과 '장타'가 조화를 이룬 역전
끌려가던 롯데는 5회말 타선이 침묵을 깼다. 선두타자 장두성이 내야 안타로 출루, 공격의 활로를 뚫어줬다. 빗맞은 내야 땅볼이 투수 최민석과 포수 양의지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행운이 따라줬다.
장두성은 출루 후 빠른 발로 두산 내야를 흔들었다. 후속타자 한태양의 타석 때 2루를 훔쳐냈다. 무사 2루 찬스를 창출해 내면서 두산을 압박했다.

한태양은 장두성의 안타 출루와 도루에 화답했다. 호투하던 최민석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내 스코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는 동점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황성빈이 좌익수 뜬공에 그쳤지만, 계속된 1사 2루에서 박찬형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박찬형이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쳐내면서 2-1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롯데는 계속된 1사 3루 추가 득점 기회까지 살려냈다.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가 최민석과 두산을 무너뜨리는 2점 홈런을 작렬, 순식간에 4-1로 달아났다.
레이예스는 1볼 노 스트라이크에서 최민석의 2구째 132km/h짜리 스위퍼를 공략했다.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온 쉽지 않은 공을 특유의 테크닉으로 걷어 올려 우측 담장으로 비거리 120m의 타구를 날려 보냈다.

◆쉽게 물러서지 않은 두산, 롯데 불펜 공략하며 재역전
두산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6회초 1사 후 정수빈이 2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반격의 불씨를 당긴 뒤 2사 후 터진 양의지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만회, 4-2로 따라붙었다.
두산은 7회초에도 롯데 불펜을 괴롭혔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명진이 우완 김강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작렬, 4-3 한 점 차까지 점수 차를 좁히면서 게임 진행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롯데가 7회말 2사 1, 3루에서 전준우의 내야 땅볼 때 두산 유격수 박계범의 2루 송구 실책으로 3루 주자가 득점, 5-3으로 다시 도망갔지만 두산은 '약속의 8회'를 보여줬다.

두산은 8회초 선두타자 정수빈의 볼넷 출루에 이어 케이브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케이브는 롯데 좌완 김진욱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스코어 5-5로 다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롯데는 투수를 베테랑 우완 김상수로 교체, 추가 실점을 막고자 했다. 하지만 불붙은 두산 타선은 1사 후 김재환의 안타, 박준순의 2루타로 무사 2, 3루 찬스를 잡고 롯데를 몰아붙였다.
롯데 벤치는 일단 전 타석 홈런을 기록한 오명진은 자동 고의4구로 거르고 만루 작전을 택했다. 하지만 박계범이 2타점 적시타로 응수, 두산이 7-5로 역전하면서 재역전에 성공했다.
두산은 케이브가 9회초 솔로 홈런으로 스코어를 8-5로 만들면서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9회말 마무리 김택연이 롯데의 마지막 저항을 잠재우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