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은경' 9일 개막…에세이 '은경이 일기' 원작
쌍꺼풀 수술·장마당 모습 등 생활상 다뤄…박세리희망재단 제작지원
쌍꺼풀 수술·장마당 모습 등 생활상 다뤄…박세리희망재단 제작지원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예뻐지려면 다 참을 수 있다! 남조선 여배우들이 그냥 예뻐지는 줄 아니? 다 뼈를 깎는 고통이 있는 거야."
겨울방학 동안 평양에서 쌍꺼풀 수술을 받고 왔다는 송화 주변으로 주인공 은경을 비롯한 여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든다. 마취도 없이 수술을 견뎠다는 송화의 무용담을 듣는 학생들은 놀라워하며 자기도 예뻐지고 싶다는 시샘 어린 표정을 짓는다.
8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열린 뮤지컬 '은경' 프레스콜에서 북한 청년들의 일상은 우리와 다른 듯 비슷하게 그려졌다. 쌀 10kg을 수술비로 냈다는 대화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외모에 관심을 갖는 모습은 평범한 10대 여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손아선 연출은 이날 작품 시연에 앞서 "북한 청년 역시 우리와 같이 사랑과 우정, 꿈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임을 그린 작품"이라며 "'은경'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품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오는 9∼13일 공연되는 '은경'은 에세이 '은경이 일기'를 토대로 제작된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원작 에세이는 북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다 탈북한 여고생의 경험담을 엮은 것으로 지난해 북한연구소가 국내에 출간했다.
'은경'은 양강도 혜산시의 한 중학교를 배경으로 17세 여학생 은경과 친구들의 일상을 그린다.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갖춘 은경이 음대 진학의 꿈을 좇는 과정을 중심으로 고위층 자제였으나 평양에서 추방당한 남학생 정철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에는 장마당에서 남한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 등 북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모서리 먹다'라는 북한 관용구가 대사로 등장하는 대목에선 배우가 직접 '따돌림당한다'라는 뜻을 풀이해주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북한 정권 아래서 탄압과 감시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현실도 다뤘다. 정권에서 금지한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보위부 관계자가 학교에 들이닥쳐 학생들을 겁박하며 심문하는 장면 등이 묘사된다.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은경 역에는 배우 신선주가 출연한다. 노동당원 아버지와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어머니를 둔 고위층이었으나 추방당해 혜산으로 전학해 온 정철 역은 이지현과 김우진이 연기한다.
배우 양혜선은 송화와 은경의 담임 선생님 등을 연기하며, 우현이는 은경의 절친한 단짝 진옥 역을 맡는다.

창작진으로는 손아선 연출을 비롯해 오유리 작가 등이 참여했으며, 프로골퍼 출신 박세리가 설립한 박세리희망재단이 작품 제작을 지원했다.
이민성 세리박위드용인 총괄 대표는 "재단은 모든 이의 꿈과 희망을 후원하는데 가장 큰 뜻을 둔다"며 "북한 청년도 우리가 바라봐야 할 청년들이기에 그들의 고민과 꿈을 담은 작품 메시지에 공감했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은경'은 서울 공연을 마친 뒤 17∼19일 대구학생문화센터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cj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