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에도 학습지 교사는 아스팔트 열기 뚫고 학생 집으로
연합뉴스
입력 2025-07-07 18:38:04 수정 2025-07-07 18:38:04
더위 초절정 오후부터 일 시작…동행해보니 5분 만에 옷 흠뻑
커피값 부담에 편의점만 잠시 들락날락…"쉼터라도 있었으면"


폭염 속 아이들의 집으로 가는 학습지 교사 정난숙 씨[촬영 최원정]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최원정 기자 = 서울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7일 오후 3시께 금천구 시흥동 주택가. 5분여를 걸었을 뿐인데 콧등에 땀방울이 맺히더니 이내 웃옷이 흠뻑 젖었다.

기자와 동행한 30년차 학습지 교사 정난숙(59)씨는 "동료 교사들도 여름을 가장 끔찍하게 여긴다"며 "가는 길에 은행이라도 있으면 잠깐 쉬어갈 텐데 요즘엔 은행도 보이지 않는다"고 웃었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은 33도. 가뜩이나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올라오는데 설상가상으로 오르막길이 보이자 숨이 턱 막혀왔다.

고용노동부는 오후 2시∼5시를 '무더위 시간대'로 정하고 옥외 작업을 피할 것을 권고하지만 학습지 교사들은 학생들의 하교에 맞춰 이 시간에 일을 시작한다. 학습지 교사 대부분은 하루 1만 안팎을 걷는다.

차량으로 이동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학생들의 집이 골목에 있고 주차할 곳을 찾다 보면 자칫 늦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5천원이 넘는 커피 값도 부담되는지라 카페에서 폭염을 피하기도 여의치 않다. 결국 더위를 피해 들를 곳은 편의점이지만, 종일 걷느라 피곤한 다리를 쉬게 할 의자도 없는 곳이 허다하다.

올해 기후변화로 기록적 폭염이 예상되지만 회사에서 전달받은 노동자 폭염 대책은 전무하다고 한다. 서울에 100곳 가까운 공부방 시설 한편에 학습지 교사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해달라는 것이 노조의 요구다.

정씨는 "회사에서 얼음물이라도 쉼터에 비치해놓으면 교사들이 오가며 더위를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잠깐이라도 에어컨 바람을 쐬며 편히 앉아 쉴 곳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위원장인 정씨는 이달 1일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폭염감시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폭염 시 사업주의 예방 조처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직접 감시하는 것이다.

'휴게시설이 있느냐', '폭염 작업 시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느냐' 등 정씨가 보여준 체크리스트 문항 중 대부분이 학습지 교사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정씨는 "특히 여름에는 과로에 더위까지 겹치며 수업하시다 쓰러지는 사례도 나오지 않을까 매년 걱정된다"며 "폭염 속 교재에 휴대용 선풍기, 양산, 물 등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걸어서 이동하는 노동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away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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