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삶 내던지려던 '턱걸이 챔피언' "절대 포기마세요"
연합뉴스
입력 2025-07-07 10:45:14 수정 2025-07-07 10:45:14
김동호 씨, 7살 때부터 두경부암으로 투병…세상 등지려다 운동 시작


'턱걸이 챔피언' 김동호 씨와 어머니[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종양 때문에 얼굴이 크게 부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마다 쳐다봤어요. 외모에 대한 폭언이나 지적도 많이 받았어요. 내가 없어져 버리면 엄마, 아빠, 누나가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고 옥상 난간에 매달렸어요."

7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김동호(23) 씨는 7살 때 입안이 부어 충청남도 서산시의 집 근처 병원을 방문했다.

소아과, 치과를 거쳐 찾아간 이비인후과에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보자고 했고, 이후엔 당장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어린 김 씨의 입안을 붓게 만든 원인은 두경부 지방육종으로, 지방세포에서 종양이 생기는 희귀암이다.

김 씨는 입과 목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종양은 계속해서 자라나기만 했다.

종양이 얼굴에 생겨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신경과 혈관이 특히 많은 위치라 수술 난도도 높았다.

한 번이면 끝날 줄 알았던 수술이 계속 이어졌고, 당시 다니던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면서 김 씨를 포기했다.

김 씨와 가족들이 마지막 희망을 안고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건 2014년 1월. 당시 반복된 수술로 김 씨의 얼굴은 크게 손상됐었고, 마음마저 지친 상태였다.

서울아산병원 고경남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동호는 병원을 찾아왔을 때 이미 다섯 번이나 수술했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도 얼굴이 많이 손상됐고, 굉장히 지치고 힘든 모습이었다"며 "꼭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광화문 K-맨몸운동대회에 참가한 김동호(왼쪽) 씨[서울아산병원 유튜브 갈무리]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의 협진을 통해 김 씨는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입안의 종양은 끈질기게 재발했다. 커진 종양이 얼굴 뼈를 밀어낸 탓에 신경이 끊어져 얼굴 오른쪽에 마비가 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삶을 등질 생각으로 아파트 옥상에도 올라갔다.

그런 김 씨를 벼랑 끝에서 돌려세운 건 어머니의 한마디였다.

김 씨는 "어머니께서 절대 네 잘못이 아니고, 네가 사라진다고 해도 가족들이 절대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은 김 씨는 운동으로 암을 극복해보자는 결심으로 방문에 철봉을 달아 매일 1∼2시간씩 턱걸이를 연습했다.

근력 운동을 시작한 이후 김 씨의 체격은 커졌고, 마음도 점차 회복됐다.

다행히 종양도 예전처럼 빠르게 자라지 않게 돼 항암과 약물치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고, 종양 제거술만 매년 한 번 정도 받으면 될 정도로 호전됐다.

김 씨는 2020년 7월 또 한 차례의 수술을 받기 전날 온라인 턱걸이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턱걸이 영상을 찍어 올렸다.

다음 날 수술이 끝난 뒤 김 씨는 턱걸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건장한 신체의 청년들과 겨뤄 이겨낸 것이다.

김 씨는 "치료의 고통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며 "의료진의 노고 속에서 무사히 자랐기 때문에 그만큼 내 목숨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고통을 겪고 계신 환우분들 절대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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