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실 주말 앞두고도 한산…내부 상가, 텅텅 비어
"적자난에 냉난방도 못 해…보조금으로 적자 일부 겨우 메꿔"
"적자난에 냉난방도 못 해…보조금으로 적자 일부 겨우 메꿔"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의 승차권 판매 금액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터미널이 운영하는 노선 중 일부는 지역 내 다른 터미널에는 없기 때문에 주민들은 버스 운행 횟수가 줄어들까 걱정을 내비쳤다.
지난 4일 오전 대구 서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
낡아 보이는 터미널 건물 내부에 들어서니 대합실이 보였다.
금요일 오전임에도 대합실 안에는 승객이 20명이 채 안 돼 한산했다.
매표소 창구는 문을 닫은 지 오래된 듯 먼지가 쌓여있었고, 무인 발매기가 창구 직원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매표소에는 한때 직원이 5명 있었지만, 적자난에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대합실에는 에어컨이 없어 '푹푹 찌는' 여름 날씨가 고스란히 실내로 들어왔다.
대형 선풍기 몇 대만이 더운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땀을 흘리던 김성관(37)씨는 시원한 음료라도 사 마시려고 두리번거렸지만, 대합실 내부 상가는 모두 텅텅 비어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상가에 들어서 있던 매점과 식당은 현재 모두 문을 닫았다.
김씨는 결국 터미널 내 유일한 음료 자판기에서 물을 하나 뽑아 마시고는 연신 손부채질했다.
그는 "에어컨이 있으면 좋겠는데 너무 덥다. 편의점이 터미널에서 떨어져 있길래 그냥 자판기에 물을 뽑아 마셨다"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터미널 내부 한쪽에는 버스 기사들이 무인 발매기를 눌러 버스 예매 상황을 보기도 했다.
기사 이모(55)씨는 "오늘 예천 가는 버스에 4명만 태우게 생겼다"고 말하며 발매기를 보여줬다.
이씨는 "예천행 버스의 경우 평일에 5∼6명 탈 때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며 버스를 몰러 가기 위해 대합실을 떠났다.
이날 취재를 위해 터미널 내부에 1∼2시간 머물러있었지만, 대합실은 줄곧 한산했다.

전국터미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북부시외버스터미널 승차권 판매 금액은 44억1천여만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대비(86억8천여만원) 49.2% 줄었다.
이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6.06% 감소한 수준이다.
북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하루 평균 62회로 같은 기간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이 터미널 노선은 수요가 적은 경북과 강원도 지역을 향하는 버스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향후 수익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 강원도 태백·정선, 경북 의성(안계, 춘산)·예천(풍양, 지보) 등을 향하는 노선 6곳은 대구에서는 이 터미널에서만 운영하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적자난에 노선이 없어질까 걱정한다.
유모(55)씨는 "일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태백에 가는 버스를 탄다"며 "운전하려면 왕복 7시간이기 때문에 노선이 없어진다면 너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기철 코리아와이드 경북고속 이사는 "경북 오지를 가는 노선이 많아서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 적자를 일부만 메꾸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매표 수입으로는 터미널 내 냉난방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경선, 동해선 등 새로운 철도 노선도 개통해서 승객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만큼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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