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한화 이글스 베테랑 내야수 안치홍이 타격 슬럼프 탈출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안경을 착용하고 경기에 출전, 2025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리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지난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팀 간 8차전에서 6-0 완승을 거뒀다. 파죽의 5연승을 내달리고 2위 LG 트윈스에 1.5경기 차 앞선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한화 승리의 수훈갑은 안치홍이었다. 안치홍은 2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 2025 시즌 1호 홈런을 터뜨리고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안치홍은 이날 한화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2사 1·3루에서 짜릿한 손맛을 봤다. 롯데 선발투수 터커 데이비슨의 초구 131km/h짜리 포크볼을 공략,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의 타구를 날려 보냈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온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안치홍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타격감이 완전히 올라왔다고 표현하기는 아직 이르다"라면서도 "앞으로는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타석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치홍은 2025 시즌 페넌트레이스 개막 후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손목 부상까지 겹치면서 좀처럼 방망이에 불이 붙지 않아 마음고생이 컸다. 지난 15일 대전 LG전까지 32경기 타율 0.160(94타수 15안타) 7타점에 그쳤다.

안치홍은 다행히 지난주말 LG를 상대로 2경기 연속 멀티 히트와 함께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17일 롯데전에서는 마수걸이 홈런까지 터뜨렸다. 

안치홍의 2025 시즌 1호 홈런은 공교롭게도 안경을 쓰기 시작한 뒤 나왔다. 안치홍은 2009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안경을 쓰고 게임에 나선 적이 없었다. 시력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경기 중에는 어색함과 불편함 때문에 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안치홍은 최근 시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검진 결과를 받은 뒤 마음을 바꿨다.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서 경기 중에도 안경을 착용하기로 결정했다.

안치홍은 "원래 시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0.6 정도인데 난시, 원시가 겹치고, 전날(6월 16일) 안과 검진에서 '현재 상태라면 타석에서 공을 보기 더 힘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경기 때도 안경을 쓰겠다고 결심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렌즈는 낄 수 없다. 예전에 경기 중 눈에서 빠진 적이 있어서 포기했다"며 "오늘도 안경을 쓰고 경기에 나갈 때 걱정을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할 만했다. 적응 기간이 아무래도 필요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안치홍은 절친한 선배 채은성의 조언도 귀담아 듣고 있다. 채은성도 오래 전부터 시력 문제로 안경을 쓰고 경기를 뛰고 있기 때문에 안치홍이 처음 겪을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안치홍은 "은성이 형이 (안경 착용 시)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잘 때 빼고는 항상 끼고 다녔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계속 쓰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화는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부상으로 이탈, 타선의 무게감이 줄어든 상태다. 오는 20일부터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루이스 리베라토가 합류할 예정이지만 한국야구 적응기가 필요하다.

한화는 이 위기에서 안치홍의 타격감이 살아난 게 반갑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한화 선수단 전체가 안치홍의 안타 하나에 환호하고 기뻐하고 있다.

안치홍은 "날씨가 더워지고 다들 힘이 조금들 때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쁘다"며 "1위를 지킨다는 생각보다 매 경기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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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