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수금 낼 땐 얘기 없더니"…무분별한 집단소송 모집에 피해 우려
연합뉴스
입력 2025-06-18 10:45:27 수정 2025-06-18 10:45:27
일부 법무법인, 사전 고지 없다가 착수금 낸 뒤에야 피해 입증 자료 제출 요구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SK텔레콤 해킹 사건과 관련한 집단 소송 참여가 줄을 잇는 가운데 일부 법무법인이 사전에 충분한 설명 없이 착수금을 받고 소송 참여자를 모집한 뒤 뒤늦게 피해 입증 자료를 요구하고 나서 곳곳에서 소송 참여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무분별한 집단 소송 모집이 오히려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심교체를 위해 SKT 대리점을 찾은 고객[연합뉴스 자료사진]

18일 업계 등에 따르면 A법무법인은 소송 안내문과 홈페이지에 '직접적인 금전 피해가 없더라도 사용 이력만 확인되면 소송에 참여해 최소 50만 원의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이후 실제로 착수금을 납부하고 소송에 참여하면 그제야 "법원은 피해자의 손해를 자료로 입증해야 보상이 가능하다"며 실제 피해 내역 등 개인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식이다.

이에 네이버 카페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는 "처음부터 고지하고 피해 사실 입증 가능한 사람만 접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개인정보) 유출 자체에 책임을 묻는 소송인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다" "이런 식으로 말을 바꾸면 변호사법 위반 아니냐" 등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처음에는 무조건 승소가 가능한 것처럼 부풀려 소송 참여를 유도한 뒤 착수금을 납부하고 소송에 참여한 후에야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실제로 변호사법 제23조는 변호사 등은 객관적 사실을 과장하거나 사실의 일부를 누락하는 등 소비자를 오도하거나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 소비자에게 업무수행 결과에 대해 부당한 기대를 가지도록 하는 내용의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이르다 보니 일부 변호사들이 무리하게 집단소송 모집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처럼 모집에만 열을 올리고 정작 본안 소송 단계에서는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는 경우 소비자에게 이중 피해를 안기고 법률 서비스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시내 SK텔레콤 대리점[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로 2007년 중국 해커에 의해 가입자 1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옥션 개인정보 유출사건 당시 한 변호사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10만명의 소송 참가자를 모집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착수금만 받은 뒤 실제 소송 업무는 다른 변호사에게 넘겼다가 결국 1심에서 패소했고 항소도 포기했다.

변호사를 믿고 집단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만 시간과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하며 또 다른 피해를 본 셈이다.

최근 1심 판결이 선고된 삼성 갤럭시 GOS 집단소송도 비슷한 사례다.

법원은 "GOS 개별정책이 적용된 일부 고사양 게임 앱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으나 이에 대한 아무런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한 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네이버 카페 등에서는 "소송 참여자가 1천800명 이상이고 준비 시간도 충분했는데 그동안 증거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등의 불만이 나왔다.

통상 법무법인들은 집단소송 모집시 성공보수 외에 착수금으로 5천원,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수천∼수만 명이 참여할 경우 착수금만으로 수억∼수십억원이 모이게 된다. 설령 패소하더라도 법무법인은 상당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단소송이 소비자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도록 대한변협 등 변호사단체 차원에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변호사들 스스로도 무리한 마케팅보다 실제 소송에 충실히 임하려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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