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단 공도 너무 좋지만 선수의 태도가 더 좋다. 이 부분을 선수들이 높게 살 수밖에 없다."
롯데 자이언츠가 8년 만에 가을야구를 꿈꾸며 영입한 좌완 파이어볼러 알렉 감보아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KBO리그 무대에 적응하는 모양새다. 위력적인 구위는 물론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모든 면에서 '효자'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
감보아는 지난 14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 선발등판, 6이닝 7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와 함께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구속 156km/h를 찍은 직구, 147km/h를 기록한 고속 슬라이더의 조합을 바탕으로 팀 3연승을 견인, 자신의 시즌 3승을 따냈다.
감보아는 게임을 마친 뒤 "위기 상황일 때 포수(정보근)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주자가 있다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타자와 상대하고자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사직 홈뿐만 아니라 원정에서도 관중석을 가득 채워 주시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을 보며, 큰 힘을 얻고 있다"며 "이렇게 응원받는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롯데는 지난 5월 부상과 부진을 겪고 있는 1선발 찰리 반즈를 과감하게 방출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지만 현재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감보아를 영입했다.
감보아는 올해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에서 뛰면서 김혜성과 인연을 맺어 한국 야구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감보아의 롯데행에는 김혜성의 적극적인 추천도 어느 정도 크게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감보아를 데려온 건 롯데에게 신의 한 수가 되는 모양새다. 감보아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3승 1패 평균자책점 2.59의 호성적을 찍고 있다.
감보아는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지난 5월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⅔이닝 5피안타 1볼넷 2사구 9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150km/h 초중반대 패스트볼로 삼성 타선을 윽박지르기는 했지만 퀵모션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승부처에서 자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삼성에게 무너졌다.

하지만 감보아는 이후 지난 6월 3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 7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6월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6⅔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 등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워낙 구위, 디셉션이 좋은 데다 코칭스태프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결과 약점을 빠르게 보완할 수 있었다.
롯데는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최근 슬럼프에 빠지면서 지난 1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태다.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해줬던 터커 데이비슨도 페이스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이 가운데 감보아의 활약은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롯데 포수 정보근은 "감보아는 내가 상황에 따라 어떤 의견을 냈을 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고 조언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성격도 워낙 밝고 착한 선수로 호흡을 맞추는 게 즐겁다"라고 동료를 치켜세웠다.

정보근은 이와 함께 "감보아는 직구 구위가 워낙 좋다. 투구수가 많아져도 힘 있는 패스트볼을 뿌린다"며 "한국에 처음 와서 퀵모션 때문에 힘들 때도 이 부분을 빠르게 수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KBO리그는 작전도 많고 주자들이 많이 뛰는 부분을 얘기해줬는데 투구폼을 곧바로 가다듬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투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 캡틴 전준우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전준우는 "감보아는 공도 일단 너무 좋지만 선수의 태도가 더 좋다. 배우려고 하고 팀 문화에 빨리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보인다. 선수들도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싶게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감보아가 기본적인 태도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에 빠르게 KBO리그에 적응하고 좋은 투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동료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더 높게 산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