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AI와 함께하는 감정 흐름 디자인

말 그대로 기술과 창작이 결합해 인간의 감정 흐름을 함께 설계한다는 얘기다. 디지털 경험은 더 이상 정보 탐색의 경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날 사용자는 경험 자체가 자신의 감정 상태와 맞닿아 있기를 기대한다. 날씨나 위치, 시간대처럼 물리적 요소뿐 아니라, 개인의 기분, 문화적 맥락, 기억의 자극 등 감정적 요소가 경험 설계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감정 중심의 경험 설계에서, 디자이너는 더 이상 모든 해답을 혼자 감당하지 않고, 창작 파트너로서 인공지능(AI)과 함께 감정 흐름을 디자인하고 있다.
최근의 AI는 기술적 자동화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정서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적합한 콘텐츠를 배열하거나, 감정적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을 제안한다.
관광, 음악, 전시, 쇼핑 플랫폼 등에서 AI는 사용자의 현재 상태와 맥락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지금, 이 순간'에 가장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별해준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데이터를 감정 구조에 맞춰 시각적·공간적 언어로 풀어내며, 사용자의 몰입 경험을 설계한다. 감정 중심의 스토리텔링 사용자 경험(UX)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협업 구조로, 기술과 창작이 감정의 흐름을 중심으로 통합되는 새로운 창작 생태계를 보여준다.
◇ AI 큐레이션 서비스의 진화와 감정 설계
AI 큐레이션 서비스는 감정 중심 UX 설계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초기의 추천 시스템은 클릭 수, 시청 시간 등 사용자의 수치적 패턴을 기반으로 했다면, 오늘날의 AI 큐레이션은 사용자 개인의 정서 상태, 문화 감수성, 현재 맥락까지 복합적으로 분석해 반응형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큐레이션은 스토리의 흐름이나 감정 흐름과 변화를 고려한 감정 곡선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배열한다. 그러면서 콘텐츠 간의 정서적 연결성과 시퀀스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감성적인 전시 큐레이션에서는 AI가 관람 동선뿐만 아니라, 관람자가 어느 작품 앞에서 감정적 반응을 보일지를 예측해 상호작용 타이밍을 조정한다.
음악 큐레이션에서는 하루의 시간 흐름과 사용자 기분에 맞춘 감정 리듬을 설계해준다.
여행 큐레이션에서는 사용자의 출발 시간, 날씨, 목적지 분위기, 동반자 유형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해 감정 기반 동선을 제안한다. 그 흐름은 이동만이 아닌 '스토리 기반의 감성 여정'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AI 큐레이션은 감정의 흐름과 내러티브 구조를 기반으로 사용자 몰입을 유도해 경험 전체의 정서적 완성도를 높인다.
2025년 봄, 미국의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AI 여행 에이전트' 기능을 정식 론칭하며 감정 기반 경험 설계를 강화했다.
새롭게 도입된 AI는 사용자의 여행 스타일, 위시리스트, 검색 기록, 기대 분위기 등을 분석해 숙소 예약을 넘어 여정 전체의 정서적 맥락을 설계한다. 'Airbnb Collections'와 연동된 감성 기반 추천은 사용자의 감정 흐름에 따라 장소, 활동, 숙소를 유기적으로 큐레이션 해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음원 서비스 분야도 눈여겨 볼만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스포티파이(Spotify)가 'Daylist' 기능을 선보였다.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대표적인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사용자의 감정과 취향에 기반한 추천 서비스 서비스를 지속해 강화하고 있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시간대별 감정 흐름에 맞춰 음악 리스트를 자동 조정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사용자 기분을 반영하는 큐레이션을 실행하고 있다.
마인드트립(Mindtrip)은 2022년 출시된 AI 기반 여행 기획 플랫폼으로, 사용자의 기분이나 경험 성향(모험, 휴식, 로맨틱 등)을 바탕으로 AI가 실시간 여행 일정을 설계해주는 플랫폼이다. 감정 중심 큐레이션을 통해 여정을 하나의 감성 시나리오로 재구성한 대표 사례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AI 큐레이션을 감성적 디자인 구조와 통합해 감정 중심의 브랜드 경험이나 도시 체험을 설계할 수 있다. AI가 창작의 전략적 파트너로 작동하며, 디자이너의 역할을 기술과 감정의 조율자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생성형 AI는 시각 언어, 서사 구조, 정서적 톤 등을 실시간으로 조율하며 사용자 경험을 감정적으로 맞춤화한다. 감정 흐름을 따라 설계되는 사용자 여정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디자이너와 AI가 함께 감정 리듬을 직조하는 협업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감정 중심 설계는 트렌드를 넘어 사용자와 콘텐츠를 정서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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