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8일 내한 리사이틀…존 필드 야상곡·베토벤 소나타 연주
"베토벤과 달리 알려지지 않은 존 필드에 흥미…애틋한 느낌이 매력"
"베토벤과 달리 알려지지 않은 존 필드에 흥미…애틋한 느낌이 매력"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사람마다 음악을 즐기는 방식이 다양하잖아요. 음악이 관객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의 차이를 포용하는 게 음악의 본질입니다."
다음 달 내한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36)가 12일 화상으로 국내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맨발 연주에 담긴 예술관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트는 일본계 독일인 피아니스트로 개성 있고 독창적인 해석으로 팬들을 사로잡은 연주자다. 15년간 도이치 그라모폰과 작업하며 음반을 발표했으며, 이 음반들은 누적 스트리밍 횟수가 5억회를 넘겼다. 최근에는 아일랜드 작곡가 존 필드의 야상곡(녹턴)을 전곡 녹음해 발매했고 이 음반은 애플 뮤직의 클래식 차트에서 4주간 1위를 차지했다.
오트는 맨발로 무대에 올라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등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과감한 행보로 주목받았다.
그는 "맨발로 연주하거나 관객과 대화를 시도하는 게 클래식 음악계에 저항하거나 기존의 전통을 깨겠다는 노력에서 한 건 아니다"라며 "어떤 곡을 연주하든 내게 무엇이 중요하고 이를 어떻게 공유할지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행동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발의 연주도 피아노 높이가 너무 낮아 하이힐을 벗고 연주해야 했던 우연한 경험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당시 편안함을 느낀 뒤로 오트는 맨발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오트는 다음 달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존 필드의 야상곡을 들려준다.
그는 코로나19로 봉쇄 조처가 내려지던 시기 우연히 존 필드의 야상곡을 듣고 빠졌다고 했다.
오트는 "처음 듣는 곡인데도 왠지 모를 향수와 애틋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며 "존 필드의 야상곡에 빠지면서 그의 작품들을 제 프로그램에 넣고 녹음까지 했다"고 떠올렸다.
"존 필드 야상곡의 시작은 매우 단순하고 차분해요. 그런데 그 안에 점점 다양한 감정들, 예를 들어 슬픔, 고통, 기쁨 등이 담기고 여기에 다양한 장식음이나 즉흥성도 포함해요. 그래서 그 작품의 연주를 마치고 나면 마지막 부분에서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게 존 필드 야상곡의 매력이 아닐까 해요."
오트는 야상곡들 사이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들도 연주한다. 존 필드의 야상곡과 비슷한 느낌을 받아 베토벤의 소나타를 넣었다고 한다.
"베토벤은 불멸의 존재로서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작곡가인데, 존 필드는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의 이름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왔죠."

오트는 기존 클래식 음악가에게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시도도 해왔다. 독특한 장소를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찍는가 하면, 건축가 하칸 데미렐과 협업해 무대 뒤 스크린에 영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그랜드 피아노가 아닌 다른 피아노로 연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오트가 2025∼2026시즌부터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게 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다. (다양한 시도는) 제게 매우 많은 영감과 흥미를 준다"며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갖고 퀄리티가 보장된 결과물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트는 한국 클래식계에 존경하는 음악가가 많다며 내한 공연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여러분을 만나 뵙게 돼 기쁩니다. 연주가 끝나고 공연장에서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객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도 소중한 경험입니다. 아주 기대가 큽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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