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부터 행진…기독교단체는 반대 집회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토요일인 14일 서울 도심에서 성소수자들의 연례행사인 제26회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행사장에 나온 사람들은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여러 부스를 활기차게 오갔다. 해마다 한 번 돌아오는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온몸에 둘렀고, 얼굴이나 팔에 무지개색 '타투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성소수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프라이드 플래그' 색의 꽃다발을 만들었다는 유모(30)씨는 "보통 깃발을 많이 흔드는데 이번에는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서 꽃다발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는 아니지만 연대의 차원에서 3년째 퀴어축제를 찾는다는 임모(34)씨는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고 여러 부스에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많다"며 "다른 문화를 배우는 것처럼 공부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70여개의 부스에는 성소수자 단체 외에도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대사관, 한양대·연세대·경희대 등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등도 참여했다.
경희대 성소수자 동아리 아쿠아의 국제캠퍼스 회장인 균이(활동명·25)씨는 "성소수자들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매년 참석하고 있다"며 "성소수자들이 자기의 색을 펼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오늘만큼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참여했다.
양선우(홀릭)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이날 퀴어퍼레이드 개막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해 농민들이 트랙터를 타고 남태령에 왔을 때 많은 성소수자가 함께했던 것을 기억한 농민들이 화답하는 의미에서 올해 처음으로 퀴어축제에 참여했다"며 "국가기관으로는 질병관리청이 처음 참여한 것도 예년과 다른 변화"라고 말했다.
즉석 사진 부스 '무지개 네컷' 앞은 줄을 선 사람들로 인산인해였고, 목탁을 두드리며 홍보하는 '성소수자 불교 모임 불반'도 인기를 끌었다.

동성혼 법제화 등 성소수자를 위한 공약을 내며 대선에 출마했던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표도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4시부터 종각역 5번 출구에서 출발해 명동성당, 서울광장을 거쳐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까지 행진한다.
한편, 개신교계 단체인 거룩한방파제는 오후 1시부터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3만명 규모의 맞불 집회를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을 주장하며 숭례문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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