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연설 예고한 트럼프, '마이웨이' 셀프종전 구상 밝힐까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예고하면서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까지 이란의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유예하고 이란과 협상을 하는 와중에 대국민 연설을 잡은 것인데, 전쟁 장기화의 부담 속에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손을 떼는 방식의 '셀프 종전' 구상을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계획은 31일(현지시간) 저녁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알려졌다.
연설 시간은 미 동부시간으로 1일 오후 9시(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관련해 중요한 진척사항을 제공할 예정이라고만 소개했다.
레빗 대변인이 게시물을 올리기 불과 1시간 30분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했는데 대국민 연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국민 연설이 갑자기 잡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내용으로 대국민 연설에 나설지다.
대이란 군사작전의 성과를 부각하고 자찬하는 내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선택지와 관련한 직접적 언급이나 힌트가 포함될지가 핵심이다.
레빗 대변인 발표 직전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문답을 보면 본인이 구상하는 종전안의 윤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종료하는 시점에 대해 '2주나 3주 내'를 거론했다. 본인이 현재 염두에 둔 종전 시점을 밝힌 셈이다.
이란과의 합의 타결 여부가 이란 전쟁 종료와 무관하다는 언급도 했다. 협상 타결을 통한 종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란을 압박하려는 차원의 언급일 수도 있지만 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 없이 2∼3주 안에는 이란 전쟁을 매듭짓겠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방증일 수 있어 주목된다. 협상이 생각보다 잘 진척되지 않는 상황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제시한 4∼6주의 기간 내에 이란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5주 차에 접어든 이란 전쟁이 예고된 기간을 훌쩍 넘어 이어질 경우 유가 상승과 맞물려 미국 내 여론을 한층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이어지더라도 대이란 군사작전을 끝낼 생각 있다고 밝혔다는 보도도 나온 상태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낮으니 발을 빼도 상관없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 및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그것이 실질적 종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한 채 2∼3주만 더 버티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떼길 기다리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협상 타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발언 역시 이란의 협상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추진하며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석유 의존도가 큰 나라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이 되면 유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수 있다. 통행료 징수로 '호르무즈 병목'이 계속되거나 유가에 반영될 추가 비용이 커질 경우 유가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승리를 선언하기 전에 중동에 집결시킨 정예부대를 투입해 미국의 승전 근거로 내세울 확실한 성과를 얻는 방안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범위까지 결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상군 투입은 아무리 작전 범위가 좁더라도 위험 부담이 크다. 자칫 미군에 상당한 인명 피해가 날 경우 대이란 '보복'을 바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미국이 장기전으로 말려 들어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어떤 '출구'를 선택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대국민 연설 역시 종전 구상을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연일 거론하고 있는 미군의 성과를 반복하는 수준에서 끝낼 수도 있다.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대이란 전쟁에 대한 지지도는 개전 이후 시종 저조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쟁의 성과와 당위성을 재차 역설함으로써 최소한 지지층의 민심이라도 붙들어 두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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