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美대사관 대피 준비' 보도 사실상 확인…이란과 핵협상 결렬 조짐탓
美, 이라크 여행금지령·미군 가족도 대피…美중부사령관, 의회 증언 연기
美, 이라크 여행금지령·미군 가족도 대피…美중부사령관, 의회 증언 연기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협상 결렬 조짐에 중동 지역 내 안보 위험이 커짐에 따라 중동 현지의 일부 자국 인력을 대피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취재진과 만나 중동에 대해 "위험한 곳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대사관 인력)이 빠져나오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며 "그들에게 철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동 긴장을 완화할 방안을 묻자 "매우 단순하다. 그들(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기존 방침을 강조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이날 일제히 나온 관련 언론 보도들을 사실상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 미국 및 이라크 소식통들을 인용해 국무부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의 철수를 계획 중이며, 상업적(민간) 수단을 통해 철수가 진행되겠지만 요청 시 미군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등의 보도를 내놓았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언론에 발표한 '이라크 여행 경보' 관련 공지에서 "국무부는 비상 인력이 아닌 미국 정부 인력의 철수 명령을 반영해 11일 이라크에 대한 여행 경보를 업데이트했다"고 밝히면서 이라크의 미국 대사관에 대한 '철수 명령'을 공식 확인했다.
이라크에 대한 여행 경보 수준은 '여행금지'를 의미하는 최고등급인 4단계로 올렸다.
국무부는 테러, 납치, 무장충돌, 사회 불안, 그리고 미국 정부의 미국인에 대한 긴급 서비스 제공 능력 제한 등을 이유로 들며 "어떤 이유로든 이라크로 여행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특히 "안전 문제 때문에 바그다드의 미국 정부 인력은 바그다드 국제공항 이용이 금지됐다"도 공지했다.
이와 함께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마이클 에릭 쿠릴라 사령관은 오는 12일 미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연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긴급한 조처에 들어간 것은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최근 결렬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및 친이란 무장세력 간의 전면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미국의 이러한 일부 대피 조치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지 18개월 만에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이란을 공격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해왔으며, 이날 공개된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이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인 우라늄 농축 중단에 동의할 것이라는 데 확신이 점차 줄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도 이날 "(미국과의 핵)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우리에게 분쟁이 강요된다면 상대방의 피해는 우리보다 훨씬 더 클 것이며, 미국은 이 지역을 떠나야 할 것"이라며 중동 내 모든 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라크는 중동에선 드물게 미국뿐 아니라 이란과도 협력하는 국가다. 미군 병력 2천5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라크 치안부대와 연계된 친(親)이란 무장단체들도 활동 중이다.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 인력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군 가족의 대피 움직임도 포착됐다.
미 당국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중동 곳곳에 주둔한 군인 가족의 자진 대피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자진 대피 승인)는 주로 바레인에 주둔한 군인 가족에게 해당한다는 게 또 다른 당국자의 전언이다.
미국은 중동에서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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