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 영문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음식을 둘러싼 거짓 정보
건강하게 먹고 사는 데 언론매체가 미친 부정적 영향은 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뿐만이 아니다. 특히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일례로 필자가 의과대학에 다니던 1960년대에는 사카린이 발암물질이라고 해서 판매를 금지했다. 대신 설탕을 소비하게 했다.
그런데 20∼30년 정도 지난 후에 사카린처럼 좋은 감미료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설탕, 올리고당 등 다른 감미료에 비해 열량이 획기적으로 적은데 단맛은 강하고 인체에 거의 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1960년대에는 사카린을 발암물질이라고 했을까?
실험하면서 동물에게 사람이 먹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사카린을 주입한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때 이 연구를 수행하는 비용을 댄 곳이 어디일까? 바로 설탕 회사다.
이처럼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문가의 연구 결과라고 해서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그 연구를 했는지, 누가 돈을 댔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전문가도 어지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엇이 믿을 수 있는 정보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니 비전문가인 독자 여러분이 어떻게 언론매체에서 흘러나오는 그 많은 정보를 분별해서 올바른 것만 골라낼 수 있겠는가.
어찌 보면 정보가 거의 없던 옛날보다 더 해로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요즘 미디어에는 어디에 좋고 무슨 병에 좋다는 음식물이 참 많이 등장한다. 음식물 하나로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다.
예컨대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슈퍼 푸드'는 있을 수 없다. 온갖 매체에 떠도는 건강 정보를 전부 다 믿을 수는 없다. 과장된 방송을 보고 유행처럼 식품을 구매하는 행태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 풍요 속의 빈곤, 현대인의 영양부족
음식물의 칼로리, 영양소, 성분, 체지방량.
필자는 현대인의 식습관을 이야기할 때 이런 복잡한 것은 다 잊어버리고 균형이라는 간단한 원칙만 세워보고자 한다. 우선 현대인의 전반적인 영양 상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요즘 현대인의 식생활은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흔히 풍요 속의 빈곤이라면 사회학적인 개념을 떠올릴 테지만 이 말은 의학이나 생물학에서도 자주 쓰인다.
의학에서 풍요 속 빈곤의 예로 가장 자주 드는 것이 바로 당뇨병이다. 인체는 포도당이라는 영양분을 기본 에너지원으로 쓰는데, 당뇨병 환자는 혈액 속에 포도당을 조절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포도당이 넘쳐흐른다.
너무 많아서 소변으로까지 나간다. 그러나 정작 포도당이 있어야 하는 세포에는 포도당이 모자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대인의 식습관을 보면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지만 인체가 제대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지는 못하는, 전형적인 '풍요 속의 빈곤' 상태다.
현대인의 식사 패턴을 보면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만큼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데도 정작 개별 세포는 영양이 모자라서 굶고 있다. 이처럼 칼로리가 높더라도 필수 영양소가 부족한 식품을 일명 '빈 칼로리'(empty calorie)라고 이야기한다.
칼로리(cal)는 열량을 세는 단위다. 1기압에서 물 1그램을 섭씨 14.5도에서 15.5도까지 딱 1도 올리는 데 드는 에너지의 양을 1칼로리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음식물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식단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려는 사람은 단순히 섭취하는 음식의 칼로리만 따져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섭취하는 칼로리만 따지지 말고 칼로리의 섭취와 배출, 즉 칼로리의 균형을 따져 봐야 한다.
칼로리가 같다고 하더라도 영양소가 꽉 찬 음식과 빈 칼로리 식품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영양소가 꽉 찬 식품으로는 대표적으로 통곡식, 과일과 채소, 닭이나 오리와 같은 살코기, 계란, 저지방 유제품, 생선 등이 있다.
비교적 신선 식품이거나 가공이나 첨가물이 거의 없는 식품이 여기에 속하고 이들은 칼로리가 같은 다른 식품에 비해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건강에 좋은 식품이다.
반대로 칼로리는 높다고 해도 이러한 필수 영양소가 거의 없는 빈 칼로리 식품으로는 설탕이 많이 든 케이크·과자·사탕·소프트 드링크,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마가린·튀김 등이 있다.
그리고 정크푸드처럼 첨가물이 많거나 가공이 잔뜩 된 식품 역시 여기에 속한다. 빈 칼로리 식품은 단순히 영양소가 결핍돼 있을 뿐 아니라 몸에 이로운 영양소의 흡수와 대사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아주 해롭다. 특히 지방 대사를 교란해 살을 급속도로 찌게 만든다. 나아가 췌장에 부담을 줘서 당뇨를 일으키고 혈관에 기름으로 남아 심장병과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한다.
술도 대표적인 빈 칼로리 식품이다. 식사 때 반주로 한 잔 정도를 곁들이는 건 때때로 건강에 이롭기도 하지만 술자리에서 지나치게 마시는 술은 당연히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알코올은 그 자체로 1그램당 7킬로칼로리나 되는 높은 열량을 가지고 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1그램당 4킬로칼로리임을 감안할 때 술은 열량이 매우 높다. 게다가 알코올은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체내에 저장되지 않으며, 알코올이 들어오면 지방을 비롯한 다른 에너지원의 대사 과정이 모두 중단되고 알코올부터 대사된다.
우리는 술을 마실 때 다양한 안주도 함께 먹는다. 특히 '치맥' 하는 분도 많다. 음주 도중 닭 껍질이나 튀김용 기름 등 지방을 먹게 되면 모조리 뱃살로 쌓인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는 100% 빈 칼로리 식품인 술을 가능하면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영양소라도 저마다 질이 다르다. 예를 들면 탄수화물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탄수화물이 아니다. 고밀도 탄수화물과 저밀도 탄수화물이 있는데, 건강을 생각한다면 저밀도 탄수화물을 먹어야 한다.
고밀도 탄수화물은 가공 처리된 탄수화물로, 감자튀김이나 크림수프, 가공을 많이 해서 원료가 무엇인지 모르는 식품 등에 들어 있다. 이런 것은 되도록 섭취를 삼가고 저밀도 탄수화물, 예를 들어 고구마나 당근같이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탄수화물을 취하는 것이 좋다. (계속)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