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책임자도 작업자 본인…관리감독자도 현장 노동자들이 담당"

(태안=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태안화력발전소의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던 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안전 책임자 역할까지 하며 재해 위험이 높은 작업을 혼자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태안화력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김씨가 속했던 한국파워O&M을 비롯한 한전KPS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고소작업, 중량물 취급작업, 충전부 근접 작업 등 계약서상 유해 위험 작업으로 분류된 업무를 하면서도 상당수 혼자 근무했던 정황이 발견됐다"고 9일 밝혔다.
하청업체 근로자 1명만 작업했다고 작성된 '작업 전 안전회의'(TBM·tool box meeting) 일지를 다수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TBM 일지상에는 '작업책임자'도 실제 작업을 하는 노동자로 돼 있다.
이는 혼자 재해 위험이 큰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안전 책임까지 떠맡았다는 의미라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2명 이상 작업을 할 때는 작업자 가운데 선임자가 작업책임자를 맡거나 별도로 담당자를 둔다.
해당 작업의 '관리감독자' 역시 같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16시간짜리 인터넷 교육을 받아 자격을 얻은 뒤 서로 관리감독자로 이름을 올려줬다는 노동자의 진술도 나왔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관리감독자가 동료이다 보니 산재를 숨기는 일이 빈번했다고도 덧붙였다.
일부 서류에는 도급사인 한국서부발전의 서명이 누락되는 등 서류가 허술하게 작성된 정황도 발견된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관련분야 경력 28년의 숙련노동자인 김충현 씨가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은 이런 허술한 안전 관리 때문이라고 대책위는 강조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최소한 3∼5명이 있어야 했지만, 노동자 한 명만 작업하는 일이 많았다"며 "안전관리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로, 1차 하청업체까지 포함해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주장했다.
이어 "수년 전 한전KPS 관계자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는 등 갑질한 정황도 있다"며 "노동자들은 매년 회사가 바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고문으로 버텨왔으나 매번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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