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움직임 속 강인함"…국립무용단 '파이브 바이브'
연합뉴스
입력 2025-06-09 17:57:24 수정 2025-06-09 17:57:24
무용단 최초 남성무용수들만 출연…25∼29일 국립극장서 초연
안무가 예효승 "숨을 키워드로 중력의 움직임 표현"


남성 무용수만 출연하는 '파이브 바이브'(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파이브 바이브'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무용수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5.6.9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을 채운 20명의 남성 무용수가 한 발로 섰다. 이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였다. 손끝과 발끝에 집중하는 듯한 움직임은 영락없는 한국 무용이었다.

그러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을 떠올리게 하는 비트가 속도를 높이자 무용수들의 동작도 빨라졌다. 이들이 몸을 낮춰 바닥을 쓸거나 수직으로 뛰는 움직임에선 남성 무용수의 강인함이 느껴졌다.

"움직임이 애크러배틱(곡예와 같은 동작)해 다이내믹한(역동적인) 느낌도 있어요. 그 안에 또 부드러움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작업 방식이었습니다."

국립무용단 신작 '파이브 바이브'(Five Vibe)의 안무가 예효승은 9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이 "강인함을 대놓고 표현하기보다는 좀 더 차분한(calm) 느낌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브 바이브'는 국립무용단과 예효승이 처음 함께한 신작이다. 예효승은 주로 유럽에서 활동한 안무가로 카르티에, 에르메스, 나이키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했다. 프랑스 카를린 칼송 무용단을 거쳐 벨기에 현대무용단인 레 발레 세드라베(현재 라게스트)의 무용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예효승은 미국 안무가 가브리엘 로스의 무용 기술 '파이브 리듬'(5 rhythms)에 영감을 받아 한국 춤에 내재한 다섯 가지 요소로 선, 장단, 숨, 흥, 시간을 발견했다. 이중 숨이 가장 기반이 되는 키워드라고 했다.

예효승은 "미술에서 펜과 붓 등 여러 도구를 이용하는 것처럼, (무용수는) 호흡을 통해 몸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점들이 한국무용과 접점이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브 바이브' 연출·안무 맡은 예효승(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파이브 바이브'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연출과 안무를 맡은 예효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6.9 jin90@yna.co.kr

예효승은 국립무용단의 역사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고민했다.

그는 "단체의 역사, 시간성, 에너지 등을 과감하게 무대화할 수 있는 작품을 준비했고 그러다 보니 중력의 움직임을 무대 위로 가져오고 싶었다"며 "애크러배틱한 동작을 통해 몸의 전체를 사용하며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파이브 바이브'는 국립무용단 최초로 남성 무용수들만으로 무대를 꾸민다. 지난 4월 공연한 국립무용단의 '미인'이 여성 무용수들로만 구성돼 아름다움을 전한 것과는 대조된다.

'파이브 바이브'의 조안무가인 이재화 국립무용단 단원은 "남자들의 섬세함이나 와일드함, 에너지가 오히려 한국 무용의 멋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인'과는 다르게 남자들만의 느낌을 받으실 것 같다. 다만 현대무용의 직선적인 움직임보다는, 몇십년간 수련해온 곡선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전달될 것 같다"고 했다.

'파이브 바이브' 조안무 이재화 인사말(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파이브 바이브'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조안무를 맡은 안무가 이재화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6.9 jin90@yna.co.kr

'파이브 바이브'는 국악을 EDM 사운드로 재해석해 전자음악을 과감하게 결합한 점도 특징이다. 방탄소년단(BTS) RM의 솔로곡 '헤븐'(Heaven)을 공동 작곡한 송광호 음악감독이 무대 위에서 직접 디제잉을 맡는다.

송 감독은 "테크노와 EDM을 접목하면서 한국 악기가 돋보이는 방법이 어떤 게 있을지 고민했던 시간이었다"며 "(한국 악기) 소리가 강해서 그것을 EDM이나 테크노로 살을 붙이며 때로는 가리고 때로는 표출하려 했다"고 말했다.

'파이브 바이브'는 인공지능(AI) 영상도 활용한다. AI로 구현한 이상적인 몸의 움직임과 실제 무용수의 움직임을 교차하면서 몸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파이브 바이브'는 오는 25∼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한국춤(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파이브 바이브'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무용수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5.6.9 jin90@yna.co.kr

encounter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인기순
최신순
불 타는 댓글 🔥

namu.news

ContáctenosOperado por umanle S.R.L.

REGLAS Y CONDICIONES DE USO Y POLÍTICA DE PRIVACIDAD

Hecho con <3 en Asunción, República del Paragu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