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김혜성이 공수에서 번뜩이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빅리그 입성 후 첫 3루타 생산과 '슈퍼 캐치'까지 선보였다.
다만 또 한 번 좌투수를 상대로 타석에 설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혜성은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9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 2타수 1안타 2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김혜성은 지난 8일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4타수 2안타 1도루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앞서 지난 4일 뉴욕 메츠전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발목을 맞은 여파로 이후 3경기 동안 게임에 나서지 못했지만 빠르게 경기력을 되찾았다.
김혜성은 다저스가 1-0으로 앞선 2회초 1사 1·3루 찬스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1B 1S에서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마이클 맥그리비의 3구째, 89마일(약 143km/h)짜리 컷 패스트볼을 공략해 주자일소 2타점 3루타를 쳐냈다. 우익수 오른 쪽으로 98.8마일(약 159km/h)의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려 보냈다.

김혜성은 수비에서도 번뜩였다. 다저스가 3-0으로 앞선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메이신 윈이 날린 장타성 타구를 낚아챘다. 낙구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한 뒤 펜스에 몸을 부딪치면서도 끝까지 공을 지켜냈다.
김혜성은 기세를 몰아 멀티 히트(한 경기 두 개 이상의 안타)를 노렸지만 두 번째 타석은 결과가 좋지 않았다. 다저스가 4-0으로 앞선 4회초 1사 2루 타점 찬스에서 맥그래비에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92마일(약 148km/h)짜리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가 헛돌았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김혜성에게 세 번째 타석은 주어지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팀이 4-2로 앞선 7회초 선두타자로 김혜성 대신 키케 에르난데스를 대타로 기용했다. 세인트루이스가 선발 맥그래비에 이어 투수를 좌완 존 킹으로 교체하자 좌타자인 김혜성이 아닌 에르난데스를 내보냈다.
로버츠 감독의 기대와는 다르게 에르난데스는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김혜성도 모처럼 좌투수를 상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혜성은 지난 2~3월 시범경기 기간 타율 0.207(29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OPS 0.613으로 타격 슬럼프로 어려움을 겪었다. 표본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좌투수를 상대로 6타수 무안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몇 차례 수비 불안까지 겹치면서 2025 시즌 페넌트레이스 개막을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했다.
김혜성은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지난 5월 3일까지 28경기 타율 0.252(115타수 29안타) 5홈런 19타점 13도루 OPS 0.798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좌투수를 상대로도 타율 0.320(25타수 8안타)으로 강점을 보여줬다.
하지만 김혜성은 지난 5월 4일 메이저리그로 승격, 6월 9일까지 타율 0.414(58타수 24안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음에도 유독 좌투수를 상대로는 타격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좌투수에게 2타수 2안타를 기록 중임에도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철저히 플래툰으로 기용하는 중이다.

김혜성은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좌투수 상대 통산 타율 0.306(1027타수 314안타)을 기록했다. 2024 시즌에도 좌투수 상대 통산 타율 0.303(175타수 53안타)로 좌투수에게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김혜성은 투수들의 수준이 높은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긴 뒤 시범경기 기간 좌투수에게 고전한 건 사실이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이를 극복하는 모습이었다.
김혜성은 상대 선발투수가 좌완일 경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김혜성이 강점을 보이는 우완 위주로 대결하게 하려는 로버츠 감독의 배려일 수도 있지만 타격감이 좋을 때 좌투수와 상대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사진=AP/AFP/EPA/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