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도자·먹의 농담·금빛 신앙…새 나라 조선서 꽃핀 문화
연합뉴스
입력 2025-06-09 10:00:00 수정 2025-06-09 10:00:00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개관 20주년 맞아 '조선 전기 미술' 특별전
국보 16건·보물 63건 포함 도자·서화·불교 미술품 691건 총출동
길이 14m 벽 따라 늘어선 도자 눈길…10∼15일 전시 무료 관람


산시청람도(왼쪽)와 연사모종도왼쪽은 LA카운티미술관(LACMA) 소장 '산시청람도'(山市晴嵐圖), 오른쪽은 일본 야마토문화관 소장 '연사모종도'(煙寺暮鍾圖) [LACMA·야마토문화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왕은 이르노라. 하늘이 많은 백성을 낳아서 군장(君長)을 세워, 이를 길러 서로 살게 하고, 이를 다스려 서로 편안하게 한다." (태조실록 1392년 7월 28일 기사)

1392년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는 왕위에 올랐음을 만천하에 알린다.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의 시작은 사회·경제는 물론, 문화에서도 많은 부분을 바꿨다. 분청사기와 백자가 만들어졌고, 먹의 농담이 돋보이는 수묵산수화가 그려졌다.

유교를 통치 이념을 내세웠지만, 불교 신앙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십장생도(十長生圖)프랑스 기메박물관 소장 ⓒGrandPalaisRmn(MNAAG, Paris)/GNC media, Seoul, 2025 [기메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건국 이후 약 200여년간 새 나라의 새로운 미술이 꽃 핀 셈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시기의 미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개관한 지 2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통해서다.

박물관은 "조선 건국 이후 200여 년을 지칭하는 조선 전기는 오늘날 우리 문화의 중요한 바탕이 형성된 중요한 시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0일 개막하는 전시는 여느 전시와 비교해 '양적'으로 눈에 띈다.

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 중 초여름 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5∼16세기를 중심으로 한 도자, 서화, 불교미술 등 당대를 대표하는 작품 691건을 모았다. 이 가운데 국보는 16건, 보물은 63건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5개국 24개 기관에서 소장한 유물 40건이 출품된다. 이 중 23건은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백(白)·묵(墨)·금(金) 세 가지 색으로 조선 전기 미술을 비춘다.

도자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길이 14m, 높이 3m의 벽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도자 300여 건을 배치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수도(山水圖)[일본 모리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려 말 상감청자에서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로 나아가는 변화에 주목한 공간이다.

연한 상아색을 띠는 국보 '백자 상감연화당초문 대접', 1489년에 제작된 사실을 알 수 있는 백자 청화 '홍치2년 '명 송죽문 항아리 등이 공개된다.

조선 사대부들의 취향이 깃든 여러 서화도 만나볼 수 있다.

일본 모리(毛利)박물관이 소장한 '산수도'(山水圖)는 기존에는 중국 송나라 시기의 그림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연구를 통해 16세기 중반 작품으로 재평가됐다.

백자 청화 산수·인물무늬 전접시개인 소장. 촬영자 시로노 세이지(城野誠治)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이 소장한 '산시청람도'(山市晴嵐圖)와 일본 야마토(大和) 문화관 소장 '연사모종도(煙寺暮鍾圖)는 함께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나란히 전시된다.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불교 미술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의 사찰인 스오 고쿠분지(周防国分寺)가 소장한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는 시주 물품과 시주자의 이름이 적혀 있어 16세기 민간에서 만든 그림임을 유추할 수 있다.

1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서울 조계사 목조여래좌상'은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법당을 떠나 박물관에서 관람객과 마주한다.

주요 전시품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자 청화 구름·용무늬 병(보물), '홍치'가 쓰여진 백자 청화 소나무·대나무무늬 항아리(국보), 백자 철화 끈무늬 병(보물), 분청사기 조화·박지 연꽃·물고기무늬 편병(국보) [동국대학교박물관·호림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단 위에 석가모니 부처의 일생을 그린 '석가탄생도'(釋迦誕生圖), 천장보살·지지보살·지장보살을 함께 그린 '삼장보살도'(三藏菩薩圖) 등도 눈길을 끈다.

전시의 마지막은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걸작' 훈민정음이 채운다.

국보인 훈민정음(해례본)은 1443년 세종(재위 1418∼1450)이 창제해 반포한 한글의 원리와 뜻, 문자를 조합해 표기하는 방법 등을 담은 한문 해설서다.

훈민정음은 다음 달 7일까지 한시적으로 전시한다.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일본 스오고쿠분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물관은 개막에 맞춰 10∼15일 엿새간 전시를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20일에는 전시를 기획한 학예연구사가 전시 구성과 의미를 설명하며, 다음 달 17일에는 일본에서 한국 회화를 연구하는 전문가 초청 강연이 열린다.

박물관 관계자는 "시대를 만든 미술의 힘, 그리고 그 시대가 남긴 미(美)의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돼 있음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국보 '훈민정음'[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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