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극복되고 안정되길" "아이들 살기 좋은 환경 만들어주길"

(전국종합=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전국 각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이른 아침에 이어 기온이 오른 한낮에도 유권자 발길이 이어졌다.
점심시간 짬을 낸 직장인부터 생애 첫 투표에 나선 대학생, 자녀의 부축을 받고 온 고령자, 거주지를 떠나 여행 중인 관광객 등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이날 오후 4시 현재 투표율은 31.38%로, 이는 기존 최고치인 2022년 20대 대선의 사전투표 동시간대 투표율(32.76%)과 비교해 1.38%포인트 낮다.
전날 오전 6시부터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4천439만1천871명 가운데 1천393만1천865명이 투표를 마쳤다.

◇ 국정 안정과 갈등 봉합, 경기 부양 기대하며 '한 표'
이날 오후 부산 동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수정2동 제1투표소에서 만난 최모(29)씨는 "본 투표 날 일정이 있어 사전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반차를 쓰고 왔다"며 "청년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 같은 후보에게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모차를 끌고 부산 연제구청에 마련된 연산2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김모(45)씨는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둘째 아이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며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줄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 시간 짬을 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투표한 60대 김모 씨는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며 "국민만 바라보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원 속초초등학교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이모(34)씨는 "원래 거주지는 수도권인데 속초에 놀러 왔다가 투표까지 마치고 간다"며 "투표도 끝낸 만큼 본 투표 날까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주민인 이모(69·남)씨는 "원래 최근 상황 등 때문에 투표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그런 김에 투표장으로 나왔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대한민국이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첫날 줄이 길어 투표하지 못하고 이날 다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도 눈에 띄었다.
대전 서구에서 근무하는 의료인 김모(58)씨는 "어제 점심때 왔더니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오늘 출근 전에 서둘러 투표를 마쳤다"며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은데, 서민으로서 새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하며 국정운영을 잘 끌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갓 투표권을 얻어 생애 첫 선거에 참여한 대학생도 있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에 있는 도시재생허브센터 투표소를 찾은 충북대 재학생 이모(21)씨는 "대선 투표는 처음"이라며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임기를 원만히 잘 채울 것 같은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경북 구미시 송정동 행복지센터에 사전투표를 하러 온 21살 여대생은 "이번이 첫 대통령 선거 투표다"라며 "다른 것보다 청년들이 잘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그 기준으로 투표에 임했다"고 했다.

백발의 노인들도 지팡이를 짚거나 자녀의 부축을 받아 투표소를 찾았다.
지팡이를 짚은 채 남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부산시민 박모(72)씨는 "점심을 먹고 산책하러 나오는 김에 투표하려고 신분증을 챙겨 나왔다"며 "식당을 운영하는 아들이 장사가 잘 안돼 많이 힘들어하는데, 소상공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대통령에게 한 표 주고 싶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마호순(108) 할머니와 경남지역 최고령자인 이분순(108) 어르신은 각각 자택 인근 사전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 선거사무원 대리투표 혐의·선관위 건물 침입도
투표소 안팎에서 사건 사고와 신고도 이어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전투표 첫날 서울 강남에서 대리투표를 한 유권자가 선거사무원으로 위촉된 강남구 보건소 소속 계약직 공무원인 것으로 파악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이 선거사무원은 전날 낮 12시께 강남구 대치2동 사전투표소에서 남편의 신분증으로 스스로 투표용지를 발급해 대리투표를 마친 뒤 5시간여 뒤 자신의 신분증으로 투표한 혐의를 받는다. 선관위는 그를 사무원직에서 해촉하고 경찰에 고발했으며, 남편에 대해서도 공모여부를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30일 오전 3시 50분께는 구로구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로 5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저녁 11시 30분께 건물에 들어와 사무실 문 앞에 누워 있었고, 경찰에는 "사전 투표함을 감시하기 위해 왔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투표용지 반출' 노란이 불거졌던 서울 서대문구 옛 신촌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는 이날 이른 오전부터 유튜버 5∼6명이 '부정선거 감시'를 명목으로 투표소 외관을 촬영했다. 이들은 "6·3 대선 무효", "부정선거 사형" 등의 구호를 외치며 소란을 피우다가 투표소 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남에서도 하동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침입한 30대가 건조물침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그는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9일 오후 9시 39분께 하동군 선거관리위원회 건물 뒤편 배관을 타고 2층 발코니로 올라가 문을 열었으며, 부정선거가 의심돼 이 같은 일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날 오전 7시 10분께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는 선거 참관인으로부터 "회송용 봉투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반으로 접힌 채 나왔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이 신고는 한 20대 여성 투표인 A씨가 관외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회송용 봉투 안에 기표된 용지가 있다고 선거 참관인에게 알리면서 즉시 이뤄졌다. 그런데 해당 과정을 들여다본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공지를 통해 "자작극으로 추정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 수원시에서는 7시 44분께 팔달구 매교동 여성회관 사전투표소 인근에서 "투표하러 들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고 촬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다만 경찰은 피신고인의 위법 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현장 확인 후 철수했다. 경찰은 피신고인이 이른바 '부정선거 감시단' 활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이날 오전 6시 24분께 서구 검암동 사전투표소 밖에서는 20대 남성이 투표소에서 나오는 유권자 수를 세면서 카메라로 촬영하다가 경찰의 권유로 귀가했다.
서구 심곡동과 미추홀구 학익동 투표소에서는 참관인이 집계한 투표 인원과 선관위 홈페이지 게시 인원 간 차이가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으나 양측 간 대화로 현장에서 종결됐다.
사전 투표함에서 지난해 치러진 22대 총선 투표용지가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김포시 장기동행정복지센터에 있는 관내 사전 투표함과 부천시 신흥동행정복지센터에 있는 관내 사전 투표함에서 각각 지난해 치러진 22대 총선 투표용지 1장이 나왔다.
해당 용지는 이날 사전투표에 앞서 선관위 관계자와 참관인들이 관내·관외 투표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선관위는 총선 개표 당시 해당 용지들이 누락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박주영 정경재 최재훈 홍현기 이영주 정다움 전창해 오수희 김현태 장지현 류호준 정종호 백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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