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여행' 주제 풍경화 전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단순화된 건축적 형태와 따뜻한 색감이 결합한 몽환적인 느낌의 풍경화로 알려진 이탈리아 화가 살보(본명 살바토레 만지오네·1947∼2015)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글래드스톤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살보는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 이탈리아가 정치적인 혼란을 겪던 시기에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미술운동인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에 참여하고 개념미술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1973년을 기점으로 구상 회화 작업에 전념했다.
초상화나 정물화도 그렸지만 가장 잘 알려진 그의 작업은 풍경화다. 사계절의 골짜기를 표현한 '밸리'와 지중해 풍경을 담은 '메디테라네이', 이슬람 모스크의 첨탑(미너렛) 등의 건축물을 다룬 '오토마니아' 등이 대표적인 그의 풍경화 연작들이다.
한국 첫 전시인 이번 개인전에는 그중에서도 '여행'이 모티브가 된 작품들이 나왔다.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목격했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여행 뒤에 그린 1988∼2015년 유화 작품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했던 이탈리아의 여름 휴가지 포르테 데이 마르미를 비롯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이집트 등을 다양한 계절로 표현한 풍경화를 볼 수 있다.

살보의 그림은 세부를 자세하게 묘사하는 대신 형태를 단순화하고 빛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색감을 살려 마치 꿈속 풍경 같은 느낌을 준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작가의 딸 노르마 만지오네는 29일 "아버지에게 중요한 회화적 요소 중 하나는 다양한 색의 농도였다"면서 "그림자를 그릴 때도 그 순간의 마법 같은 느낌을 담아내고 싶어 검은색을 쓰지 않고 다양한 색감을 섞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대표 연작 중 하나인 '오토마니아'(Ottomania) 작업도 나왔다. 살보가 만든 신조어인 '오토마니아'는 시칠리아, 노르만, 아랍 양식이 결합된 교회 건축물을 묘사한 작업을 가리킨다.

만지오네는 "아버지가 첨탑 구조 같은 양식을 좋아했던 것은 단순한 조형에 신적이고 모든 것을 초월한 종교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살보는 자신이 직접 방문했던 곳의 풍경을 주로 그렸지만 전시에는 실제 가보지 않았던 곳의 풍경화도 한 점 나왔다. 우즈베키스탄의 도시 키바(Khiva)를 모티프로 한 작업으로, 생전 너무나 가보고 싶어 했지만 결국 가보지 못했던 도시를 생애 마지막 해에 그린 작은 그림이다. 전시는 7월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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