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강인이 현 소속팀인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과 결별 수순을 밟는 가운데 그의 행선지로 최근 거론된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팀 나폴리가 아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옛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강인은 이미 자신의 SNS 프로필에 PSG를 삭제했다. 2년 전 전 소속팀인 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요르카를 떠날 때와 비슷한 행동이어서 이적시장은 그의 PSG 퇴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다만 2년 전엔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먼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가 PSG가 최종 승자가 됐으나 이번 시장은 아직 초기에서 유력한 행선지를 점치기가 아직까지 어려운 상황이다.
돌발 변수는 맨유가 간판 윙어 알레한드로 가르나초를 이적시장에 내놨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가 나폴리에 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르나초가 나폴리를 가고, 이강인이 맨유로 향하는 윙어 연쇄 이동도 예상된다.
영국 매체 '커트오프사이드'는 28일(한국시간) 이강인의 동향을 보도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뉴캐슬 유나이티드, 크리스털 팰리스, 애스턴 빌라, 노팅엄 포레스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나폴리 등이 이강인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 일부는 이미 접촉에 나섰다"라고 보도했다.

그야말로 유럽 굴지의 명문 구단들이 상당수 가세한 상황이다. 프리미어리그는 물론이고 스페인 라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 빅클럽들도 이강인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이강인이 자신의 축구 인생을 설계하고 성인 무대까지 데뷔한 곳인 스페인에서도 이강인의 PSG 이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스페인 렐레보 소속 기자 마테오 모레토는 27일 "PSG와 이강인의 재계약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강인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대어로 떠오를 것"이라며 "이미 여러 구단이 이강인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PSG와 합의한 곳은 없다"고 전했다.
모레토는 스페인 라리가 선수들이나 라리가 출신 선수들의 소속에 정통하다. 최근 공식전 현장에서 다른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와 함께 이강인을 만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 만큼 이강인 소식에 정통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레토는 이강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곳으로 사우디아라비아도 꼽았다. 아시아의 '오일 머니'도 이강인을 노리는 셈이다.
27일까지만 해도 이강인의 행선지로 처음 거론된 것은 나폴리 뿐이었으나 '커트오프사이드'의 보도로 9곳이 봇물 터지듯 고려됐다.

이번 시즌 PSG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리그1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것에 이어 쿠프 드 프랑스까지 제패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이강인도 우승할 때마다 트로피 품은 사진을 올리며 '우승컵 수집가'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PSG는 내달 1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서 인터밀란(이탈리아)과 만난다. 인터밀란을 꺾는다면 창단 후 처음으로 유럽 정상에 오르는 것은 물론 프랑스 구단 최초로 유러피언 트레블 금자탑을 이루게 된다. 리오넬 메시, 네이말, 킬리안 음바페가 함께 활약할 때도 이루지 못했던 유럽 정상의 꿈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이는 PSG의 얘기일 뿐 팀원 중 한 명인 이강인의 사정은 다르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PSG의 핵심 로테이션 멤버로서 모든 경기에 뛰었으나 후반기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에이스 우스만 뎀벨레가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의 갈등을 끝낸 가운데 윙어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의 합류에다가 부상까지 겹치면서 팀내 입지를 잃었다. 여기에 데지레 두에라는 걸출한 후배까지 나타나 이강인의 공간을 삭제하고 있다.

이제는 팀내 조커 순위에서도 4~5순위까지 밀렸다.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부터 4강까지 총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강인은 16강 2차전 리버풀 원정에서 연장 전반 들어가 20분 남짓 뛴 것이 전부다. 전반기엔 챔피언스리그 전 경기를 뛰면서 제로톱 시스템의 스트라이커 선발로 나서기도 했으나 후반기 들어선 자취를 감췄다.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에 따르면 당초 PSG는 이강인을 비롯해 이번 시즌 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과를 낸 다수의 선수들과 재계약을 맺을 계획이었으나, 최근에는 계획을 수정해 몇몇 선수들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시즌 후반기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강인도 PSG의 방출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PSG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강인이 불리할 것은 없다. 이강인 역시 이미 SNS 프로필에서 PSG를 지우며 이적하고 싶은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레퀴프'는 "PSG도 이강인의 이적을 허가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PSG는 이적에 열려 있더라도 적절한 금액대의 제안이 와야 이에 응할 것"이라며 PSG가 이강인을 내보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타 구단들이 이강인을 데려가려면 PSG를 만족시킬 만한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강인은 더 많은 출전 시간, 특히 더 중요한 경기에서 출전 시간을 확보하길 원한다"며 "구단은 이강인을 매각하는 데 열려 있지만, 좋은 조건이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PSG가 고액 이적료를 원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를 2년 전 라리가 마요르카에서 데려올 때 지불했던 330억원 정도를 받아 원금회수만 할 수 있다면 이강인을 보내겠다는 태도다.

파리 지역지 '르 파리지앵' 역시 최근 PSG와 재계약을 맺은 루이스 캄포스 단장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강인과 밀란 슈크르니아르를 내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강인이 이번 여름 PSG를 떠날 거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강인 영입에 3수 도전하는 나폴리가 유력한 행선지로 특정됐다.
나폴리 소식을 다루는 '나폴리스타'에 따르면 이강인은 나폴리 외에도 AC밀란, 유벤투스 등 이탈리아 명문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중이다.
매체는 "PSG 윙어 이강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 중 나폴리가 포함됐다.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4000만~5000만 유로(약 622억~778억원)가 필요하다"면서 "그 외에도 AC밀란, 유벤투스,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 구단도 이강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제 맨유도 행선지 후보 리스트에 끼워넣게 됐다.
맨유 역시 지난해 여름과 4달 전에 이강인을 원하는 곳 중 한 곳으로 지목된 적이 있다. 맨유 재정 상태가 나빠 직원들 수백명을 정리해고하는 상황이지만 선수단 보강 만큼은 기존 선수들 매각과 펀딩 등을 통해 순조롭게 진행하겠다는 게 맨유 입장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르나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후벵 아모림 감독과 불화에 휩싸인 그가 최근 갑자기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칼치오메르카토에 따르면 이적료도 3000만 유로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겨울 그의 영입전에 실패했던 나폴리가 이강인을 포기하고 가르나초를 데려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윙어 공백 생기는 맨유의 이강인 영입 확률이 높아진다.
사진=PSG / 연합뉴스 / 이강인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