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연구팀 "지역·시간에 따라 먹이 달라…'고래가 주식' 통설 수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어류인 메갈로돈(Otodus megalodon)이 고래 같은 해양 포유류를 주로 먹었다는 통설과 달리 하위 먹이사슬의 다양한 어류까지 잡아먹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 제러미 매코맥 박사팀은 27일 과학 저널 지구·행성 과학 회보(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에서 메갈로돈 이빨의 아연 동위원소를 분석해 이들의 먹이를 재구성,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매코맥 박사는 "이 연구는 메갈로돈이 생태적으로 매우 융통성 있는 잡식성 포식자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들이 고래류 같은 해양 포유류에만 의존해 먹이를 찾았다는 기존 인식은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2천만~300만년 전 전 세계 바다를 누빈 메갈로돈은 몸길이가 최대 24m로 지구 역사상 가장 큰 포식성 어류로 꼽힌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하루 10만㎉가 필요했으며 이를 주로 고래류에서 얻은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연골로 된 메갈로돈 몸에서 유일하게 화석으로 남는 이빨 속 아연(Zn)을 추출해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고, 이를 비슷한 시기 및 현대 상어와 다른 동물 종 이빨과 비교해 먹이사슬을 재구성했다.
먹이와 함께 섭취되는 아연에는 동위원소인 아연-66과 아연-64가 있는데, 먹이를 섭취할 때 무거운 아연-66이 상대적으로 적게 흡수돼 먹이사슬을 올라갈수록 아연-66 비율은 낮아지고 아연-64 비율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분석에는 1천800만년 전 200m 미만의 얕은 바다로 메갈로돈과 다양한 상어 종이 살던 알프스 지역 지그마링겐과 파사우 화석층에서 발견된 메갈로돈 및 가장 가까운 친척 오토두스 추부텐시스(Otodus chubutensis)의 이빨 화석이 사용됐다.
분석 결과 메갈로돈과 추부텐시스는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로 아연-66대 아연-64의 비율이 가장 낮아 백상아리 등 현대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와 유사한 영양단계를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오토두스 종(메갈로돈과 추부텐시스)은 서식 지역 등에 따라 개체군 수준에서도 아연-66과 아연-64의 비율이 달라 먹이 선택에서 유연성을 보였다.
매코맥 박사는 "파사우에서 발견된 메갈로돈이 지그마링겐의 메갈로돈보다 상대적으로 하위단계 먹이사슬 먹이를 많이 섭취했다"며 "이는 메갈로돈이 지역적 차이 또는 시간에 따라 다른 다양한 먹이를 먹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먹이사슬 맨 아래에는 홍합, 달팽이, 갑각류 등을 먹는 도미류, 그 위에는 흉상어류 같은 소형 상어와 현대 고래의 조상인 해양 포유류, 그 위에는 샌드타이거상어 같은 대형상어, 먹이 사슬 최상단에는 메갈로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연 함량 기반 이빨 분석은 매우 새로운 방법이지만 고대 상어 및 고래뿐 아니라 초식성 코뿔소와 현대 상어에서도 일관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며 "이 방법이 고생태학적 복원에 유용한 도구임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Jeremy McCormack et al., 'Miocene marine vertebrate trophic ecology reveals megatooth sharks as opportunistic supercarnivores',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12821X25001918?via=ihub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