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오이영 역…"이제껏 연기한 모든 캐릭터 중 가장 비슷"
불도저 같은 사랑꾼 연기로 화제…"전혀 예상 못 했던 반응"
불도저 같은 사랑꾼 연기로 화제…"전혀 예상 못 했던 반응"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한번 꽂히면 모든 것을 쏟아붓는 모습이 특히 비슷하고, 정이 많은 것도 닮았어요. 다른 점은, 제가 이영이보다는 사회생활을 좀 잘 하지 않을까요? (웃음)"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의 주인공 오이영(고윤정 분)은 영혼 없는 '아, 그렇구나'를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살지만, 호감 있는 남자 앞에서 눈빛부터 달라진다.
철벽을 치는 상대방 앞에서도 불도저처럼 돌직구로 데이트 신청을 하고, 먼저 덥석 손을 잡아버리는가 하면, 끊임없이 주변을 맴돌며 담백하게, 때로는 능글맞게 호감을 표현한다.
'언슬전' 종영을 앞두고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고윤정은 "오이영은 제가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저와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그는 "캐스팅이 확정되고 난 뒤에 작가님이 각 배우의 특징을 참고해서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다"며 "비슷한 면이 많은 캐릭터라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성격도 녹여내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언슬전'은 의대 교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tvN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배경·인물 등 주요 설정을 확장해 아직 서투르고 풋풋한 1년 차 레지던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시리즈다.
고윤정은 "저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특별출연으로 와주신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 마치 TV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전작의 인기에 대한 부담감은 딱히 없었지만, 이렇게 분량이 큰 역할을 맡아본 건 처음이라 어느 정도 걱정은 됐었다. 무엇보다 책임감을 많이 배운 현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고윤정이 연기한 오이영은 빚 오천만원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돌아온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다. 졸부 집 늦둥이로 태어나 호화스러운 유년기를 거쳤고, 학창 시절에도 늘 1등을 도맡아온 인물로, 인턴까지 마친 대학 병원을 관두고 나왔을 정도로 여유가 넘치고 매사에 심드렁하다.

고윤정은 "캐릭터의 설정 자체가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초반에 성장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모습 덕분에 오이영이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툴고, 부족하고, 모자란 모습을 보이면서도 중간중간에 살짝씩 비치는 인간적인 면들로 이 캐릭터에 정을 붙이게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제가 환자였어도 극초반의 이영이 같은 의사는 안 만나고 싶었을 거예요. (웃음) 이영이는 일에 대한 일종의 '입덕 부정기'를 거쳤다고 생각해요. 한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푹 빠질 것을 본인도 잘 아니까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고 있지만, 사실 초반부터 이영이는 일에 대해 진심이었던 거죠."
'언슬전'은 첫 회 시청률 3.7%로 출발해 매주 상승세를 그리며 10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7.5%(17일 기준)를 기록했다. 특히 오이영과, 그의 사돈인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 차 구도원(정준원)의 로맨스가 큰 화제를 끌며 시청률을 견인했다.
고윤정은 "저희 로맨스가 화제가 될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했다"며 "감독님도, 작가님도, 동기들도 모두가 당황스러워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구도원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너무 이상적인 캐릭터기 때문에 시청자 반응이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아닌데, 그냥 모두가 신기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끼리 단체 대화방이 있거든요. 얼마 전에 '슈퍼스타가 된 기분이 어때 사돈총각?' 이렇게 물어보니까 준원 오빠가 '다 너희 덕분'이라고 그러더라고요. 괜히 뿌듯한 기분도 들었던 것 같아요. (웃음)"
2019년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으로 데뷔한 고윤정은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JTBC '로스쿨', tvN '환혼' 시리즈,디즈니+ '무빙' 등에 출연해왔다.
최근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새 시리즈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당찬 매력의 톱스타 차무희 역할을 맡아 김선호와 로맨스 호흡을 맞춘다.
고윤정은 "오이영과 구도원의 로맨스가 워낙 큰 관심을 받아서 오히려 차기작에서 넘어야 할 큰 산이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슬전'에서의 캐릭터들은 현실에서 볼 법한 캐릭터처럼 보인다면,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아주 화려한 로맨스기 때문에 판타지에 오히려 가깝다"며 "아예 느낌이 다른 작품이기 때문에 괜찮게 봐주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co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