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늑대가 있었다'·'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나는 자유 = 리처드 바크 지음. 공보경 옮김.
소설 '갈매기의 꿈' 작가 리처드 바크(89)가 경비행기를 타고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주까지 5천킬로미터 넘게 여행한 기록을 산문집으로 펴냈다.
저자는 한 비행기 제작사의 경비행기 광고를 보고 운명적인 끌림을 느낀다. 그는 격납고가 있는 플로리다로 향해 비행기를 인수하고, 이 비행기에 '퍼프'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워싱턴주에 있는 자택까지 기나긴 비행을 시작한다.
긴 여정 도중 폭풍우를 만나거나 착륙하려던 공항이 폐쇄되는 등 아찔한 상황들을 마주하지만, 오랜 비행 경험을 가진 저자는 위기를 해결해나간다.
저자는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체스판과 놀이터를 고를 수 있다"며 "내가 고른 놀이터는 하늘"이라고 말한다.
1957년 공군에서 항공기 조종사 자격을 획득한 저자는 비행기 잡지 편집 일을 하다가 1963년 소설가로 데뷔했고, 그가 1970년에 발표한 '갈매기의 꿈'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문학수첩. 352쪽.
▲ 늑대가 있었다 =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호주 작가 샬롯 맥커너히(37)의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인티'는 스코틀랜드 고산지대 케언곰스의 파괴된 먹이사슬을 복구하려는 생물학자들의 팀을 이끄는 인물이다.
케언곰스는 천적이 멸종한 사슴이 식물들을 새싹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버려 숲이 황폐해지고 있다. 이에 인티와 동료들은 14마리의 늑대를 이 지역에 정착시켜 숲을 되살리려 한다.
하지만 인티의 계획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주민들에게 늑대는 잔인하고 위협적인 맹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환경 문제를 단순히 보호와 파괴 이분법적으로 다루지 않고 생태계 회복과 주민들의 생계라는 두 가지 포기하기 어려운 가치의 대립으로 설정했다. 이 같은 이야기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환경 문제를 다면적으로 고민하게 한다.
2021년 출간된 이 책의 원서(제목 'Once There Were Wolves')는 이듬해 노틸러스 북어워드 금메달을 받는 등 호평받았다.
도서출판 잔. 488쪽.
▲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젊은 날 겪을 수 있는 불안과 우울감을 재치 있는 문체로 담아낸 캐나다 작가 에밀리 오스틴의 장편소설이다.
어린 시절 키우던 토끼가 죽은 뒤 죽음을 향한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는 20대 후반의 여성 '길다'는 무료 심리 상담을 받으러 성당에 갔다가 얼떨결에 사무직원으로 채용된다.
채용되는 과정에서 길다는 "가톨릭 신자인가요?"라는 신부의 질문에 사실대로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대답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대답하고 만다.
길다의 전임자였던 그레이스는 어떤 이유에선지 세상을 떠났는데, 길다는 그레이스에게 안부를 묻는 이메일에 차마 슬픈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자신이 그레이스인 것처럼 답장을 보낸다.
자존감이 낮은 길다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하며 매사에 우유부단하게 행동하고 뜻밖의 일에 휘말리는 모습이 안쓰럽게 그려진다. 이 같은 모습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끌어낸다.
클레이하우스. 388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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