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부커상 최종후보 오른 장편 전쟁소설 '그림자 왕'
연합뉴스
입력 2025-05-13 08:00:01 수정 2025-05-13 08:00:01
재치있는 시어로 정치·사회 풍자한 시집 '시국시편'


'그림자 왕' 표지 이미지[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그림자 왕 = 마자 멩기스테 지음. 민은영 옮김.

2020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에티오피아계 미국 작가 마자 멩기스테(54)의 장편소설이다.

에티오피아 소녀인 주인공 히루트는 1935년 불의의 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어머니 친구이자 군 총사령관인 키다네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한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하자 히루트는 전쟁터에 나가 전사로 거듭난다. 그는 기지를 발휘해 에티오피아 왕과 똑 닮은 '그림자 왕'을 내세워 군인들의 사기를 올린다.

그러나 여러 노력에도 에티오피아는 패색이 짙어지고, 히루트는 이탈리아군에 포로로 붙잡힌다. 이후 히루트는 이탈리아군이 죄 없는 민간인까지 사살하는 야만적인 모습을 목격한다.

실제 벌어진 제2차 이탈리아-에티오피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인물들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눠 일방적으로 서술하기보다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았다.

히루트는 이탈리아의 만행을 목격하면서도 이탈리아 군인이자 사진사인 에토레와 유대를 쌓는다. 침략국 군인인 에토레 또한 두려움을 안고 전쟁터로 날아온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작가는 증조모의 실화에 착안해 이 소설을 집필했다. 흥미로운 서사와 생생한 묘사로 호평받으며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이 확정됐다.

문학동네. 652쪽.

'시국시편' 표지 이미지[울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시국시편(詩國詩篇) = 박현수 지음.

"어느 날 인사동 한 골목에서 허름한 노인에게 고서 한 꾸러미를 샀는데, 거기에 기이한 책 한 권이 섞여 있었으니 이른바 '시국유기'(詩國遺記)라 시국(詩國)이라는 한 나라의 유래와 사적을 운문으로 기록한 필사본으로 낙장이 많았다"(시 '서시'에서)

박현수(59)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가상의 국가 '시국'을 내세워 현실을 풍자하는 시들이 수록됐다.

순서상 가장 처음 등장하는 '서시'는 인사동 골목에서 우연히 '시국유기'라는 책을 발견해 그 내용을 옮긴 것이 이 시집이라는 설정을 밝힌다. 고려시대 이규보의 서사시 '동명왕편' 서문을 패러디했다.

수록된 시들은 표면상 시국의 역사를 기록한 서사시지만, 실상 오늘날의 정치, 사회를 익살스럽게 풍자한다.

"문쇠 원년, 주술사 부부가 주술로 세상을 현혹하여 왕위에 올랐다 왕은 요사스러운 기운이 가득하다고 하여 이전 궁을 폐하고 요하 이남 백여 리에 용궁을 지어 옮겼다"(시 '천어요설'(天語妖說)에서)

시인은 일부 시에서 문학 이론이나 사조를 시국의 인물로 의인화하는 재치도 보여준다. 아방가르드(avant-tarde)를 비슷한 발음을 가진 인물 '아반갈도'로 표현하는 식이다.

"전위(田衛)는 불란서현 사람으로 속칭 아반갈도(亞反葛道)라 부르기도 한다 호장한 시풍으로 일세를 풍미하였다 그의 눈은 네 개이며 보는 곳이 모두 다르다"(시 '전위'(田衛)에서)

울력. 135쪽.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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