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아르헨 대사관서 피신생활…브라질 보호 받기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미국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추적을 피해 숨어 있던 현지 야권 인사 5명을 자국으로 피신시켰다고 발표했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억류돼 있던 모든 인질들의 성공적인 구출을 환영한다"며 "정밀한 작전에 따라 모든 인질들은 현재 안전하게 미국 영토 내에 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이어 "마두로의 불법 정권은 베네수엘라의 제도를 망가뜨리고 인권을 침해하며 우리 지역의 안보를 위협해 왔다"며 "베네수엘라의 영웅들을 안전하게 해방하는 작전에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이 구출했다고 밝힌 5명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가까운 야권 인사들이다.
마차도가 창당한 '벤테 베네수엘라'의 국제 조정관인 페드로 우루추르투, 마차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마갈리 메다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베네수엘라 검찰이 국가 전복 모의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이후 1년 넘게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피신해 있었다.
원래 6명이 몸을 숨겼으나 지난해 12월 야당 고문 페르난도 마르티네스 모톨라가 자수하고 가석방을 받음에 따라 5명으로 줄었다. 모톨라는 올해 2월 건강 악화로 숨졌다.
이들의 신변 보호 주체는 지난해 여름 브라질로 바뀌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7월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여파로 외교관들이 추방되자 브라질 정부가 대사관 건물 등의 관리를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 사회주의 이념인 '차비스모'(Chavismo)를 계승한 후계자인 마두로는 지난해 대선 개표 불공정성 논란 속에 친정부 성향 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부를 통해 대통령 3선 당선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과 라틴아메리카 주변국들은 선거가 불투명하게 이뤄졌다며 그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고 관련 데이터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에서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와 진압이 이어져 28명이 사망하고 2천400명이 구금됐다.
반정부 인사들은 여전히 약 500명이 구금 중이며 체포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차도는 루비오 장관의 발표 직후 엑스를 통해 "다섯 영웅의 자유를 위한 흠 잡을 데 없는 전설적인 작전이었다"며 "이를 가능케 한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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