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한국사업·환율 상승·글로벌 사업호조 삼박자
파페치·대만·쿠팡이츠 등 성장사업 매출 78% 성장
1조4천억원 자사주 매입…현금·현금성 자산 8조5천억원
상장 이후 주가 부진…"기회 생길 때마다 부양책, 장기 주주가치 창출"
파페치·대만·쿠팡이츠 등 성장사업 매출 78% 성장
1조4천억원 자사주 매입…현금·현금성 자산 8조5천억원
상장 이후 주가 부진…"기회 생길 때마다 부양책, 장기 주주가치 창출"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쿠팡Inc가 올해 1분기에 호실적을 거둔 것은 안정적인 한국 사업과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글로벌 사업 호조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Inc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 4년 만에 1조4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런 양적과 질적 성장에 대한 자신감의 반증으로 풀이된다.

쿠팡Inc가 7일 공개한 올해 1분기 실적을 한화 기준으로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조4천876억원과 2천3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분기 매출(9조4천505억원)과 영업이익(531억원)보다 각각 21%, 340% 증가한 것이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달러 기준으로도 작년 동기보다 대폭 개선된 성과다.
달러 기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9억800만달러와 71억1천400만달러로 작년 동기의 71억1천400만달러와 4천만달러보다 많다.
다만, 1분기 실적을 전 분기인 작년 4분기 매출(11조1천139억원)과 영업이익(4천353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원화 기준으로는 분기 최대치를 경신한 수준이지만 달러 기준으로 보면 작년 4분기에 못 미친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도 작년 4분기에 덕평 물류센터 화재보험금 2천441억원 수령분이 반영된 특이점이 있다.
종합적으로 쿠팡Inc 1분기 실적은 불황이 심화한 한국의 소비침체 장기화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개선된 흐름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또 고무적인 것은 대만의 로켓배송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쿠팡은 한국 사업뿐 아니라 대만 로켓배송과 명품 플랫폼 파페치 등 글로벌 사업도 호조를 보이며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페치·대만·쿠팡이츠 등 성장 사업 부문 매출은 원화 기준 1조5천7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8%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1%이다.
쿠팡은 대만에서 인기 상품군의 빠른 배송을 늘려 충성고객을 공략하고 물류도 한국과 비슷한 속도로 확충하고 있다.
지난 3월 대만에 와우멤버십을 도입했고 지난달부터 한국의 직고용 배송인력인 '쿠팡친구'와 같은 '쿠팡프렌즈' 모집을 시작했다. 수도 타이베이가 있는 대만 최북단부터 가오슝이 위치한 최남단까지 로켓배송을 수행할 배송인력 직고용에 나선 것이다.
물류센터와 최종 배송지 중간 다리 역할을 할 '배송 캠프'도 가오슝·타오위안시·타이중시에 구축했다.
쿠팡은 한국에서 2014년 로켓배송 시작을 하고 이듬해 본격적으로 직배송 인력 고용을 늘려 익일배송 가능 지역을 대폭 늘렸다.
대만에서도 쿠팡프렌즈 모집으로 배송 지역을 크게 늘리고,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대만 진출 이후 최근까지 5천억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을 현지 물류 인프라 구축과 상품 판매 등에 투입했다.
현재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2호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고, 3호 운영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가 쿠팡Inc에 피인수된 파페치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7년 영국에서 설립된 파페치는 1천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 이상 소비자에게 판매하며 한국으로 직배송도 해준다.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파페치는 이탈리아 패션업체 인수 등 '과욕'을 부리다 시가총액이 2023년 말 2억5천만달러(3천200억원)로 100분의 1토막이 나고 부도 위기에 처해 쿠팡과 손을 잡았다. 쿠팡Inc가 지난해 1월 31일 인수한 파페치는 지난해 4분기 418억원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전 세계 어디서나 고객에 세계 최고의 럭셔리 제품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파페치의 핵심"이라며 "지난 몇 분기 동안, 이 전략에 맞춰 고객 서비스를 간소화해 상당한 전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쿠팡Inc가 이번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주주환원 계획을 '깜짝 발표'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쿠팡은 최근 이사회에서 클래스A 보통주 기준 최대 10억달러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쿠팡Inc가 지난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한 이래 처음이자 역대급 규모이다. 지금까지 쿠팡Inc의 주주환원은 지난해 4월에 투자사 매버릭 홀딩스로부터 약 1천만주를 주당 17.79달러, 약 2천400억원에 사들인 것이 전부이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처음이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를 활용하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쿠팡Inc는 특정 주주의 보유 주식을 매입할지는 결정하지 않았으며 재원은 보유 현금성 자산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Inc의 유동자산은 1분기 말 기준 92억600만달러(12조7천여억원)로 집계됐다. 여기에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61억1천300만달러(8조5천억원) 포함돼 있다.
쿠팡Inc 주가는 상장 당일 장중 69달러까지 올랐으나 2022년 5월 10달러 밑으로 주저앉았고 이후 2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6일(현지시간) 기준 종가는 24.00달러이다. 그러나 쿠팡Inc가 장기적으로 꾸준히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으면 부양 효과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시장에선 기대한다.
아난드 CFO는 "우리 회사는 전반적인 자본 배분 우선순위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 속도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결정하겠다"며 "최고 수준의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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