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에서 황희찬을 지도했던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카타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카타르축구협회는 1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스페인 출신 감독 로페테기를 카타르 대표팀의 신임 감독으로 공식 임명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로페테기는 루이스 가르시아 뒤를 이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 9~10차전을 지휘하게 됐다. 데뷔전은 내달 5일 이란과의 홈 경기가 될 예정이며 같은 달 10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떠난다. 현재 카타르는 A조에서 4위(3승1무4패)를 기록 중이다.
월드컵 본선 직행은 불가능해졌지만 4차예선 진출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다. 남은 2경기에서 승점 3점만 얻는다면 본선 진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카타르 부임 전까지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로페테기는 경질 4개월 만에 새 직장을 찾게 됐다.
스페인 출신 감독 로페테기는 과거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 등 라리라 전통 강호는 물론 스페인 대표팀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스페인 감독 시절 A매치 16경기에서 12승4무 무패를 기록하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세비야 감독 시절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한국 축구와도 인연이 있다. 세비야를 이끌던 2022년 여름 한국을 찾아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와 맞붙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당시 로페테기는 "손흥민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다. 한국인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세비야에서 경질된 후에는 울버햄프턴 감독으로 부임해 황희찬을 지도했다. 당시 황희찬은 울버햄프턴에서 입지가 불투명했으나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후 로페테기 감독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출전 시간을 늘리면서 부활할 수 있었다.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2골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황희찬과의 동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로페테기가 당시 재정난으로 핵심 선수들을 팔아치우려던 구단 수뇌부와의 마찰로 인해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진 사임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페테기 감독은 "우리는 이적시장 플랜 B에 돌입했다. 효율적인 비용의 선수를 데려오려고 노력했지만 계획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많은 선수를 잃었고, 구단은 더 많은 선수를 팔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로페테기는 울버햄프턴을 떠난 후 약 10개월간의 공백기를 거쳐 웨스트햄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구단과 갈등으로 인해 감독직이 위태로웠고, 결국 이번 시즌 도중 경질됐다.
로페테기는 경질 직전 반등을 위한 돌파구로 지난 겨울이적시장 황희찬 영입을 추진했으나 경질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로페테기가 눈을 돌린 곳은 유럽이 아닌 아시아였다. 월드컵 예선에서 고전 중인 카타르가 로페테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카타르는 최근 두 차례 아시안컵을 연달아 제패했으나 이번 아시아 예선에선 굉장히 고전하고 있다.
세비야, 울버햄프턴, 웨스트햄까지 세 번 연속 기대 이하 성적을 보여줬던 로페테기는 아시아에서 재기를 노리고자 했다. 웨스트햄 감독 시절 350만 파운드(약 66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로페테기는 카타르에서 150만 파운드(약 28억원)만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감독으로서 명줄이 위태로웠다는 의미다.
로페테기는 카타르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어 재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로페테기가 다가오는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카타르의 4차 예선 진출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카타르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