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관은 1, 2부 나눠 근현대미술 100년사 조망…"미술사 심화학습"
첫 상설전 여는 서울관은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핵심 보기"
첫 상설전 여는 서울관은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핵심 보기"

(과천·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이 5월부터 서울관과 과천관에서 소장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상설전시를 시작한다. 1만1천80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품 상설전시장을 운영하는 것은 5년만으로, 2021년 기증받은 이건희컬렉션 51점(과천관 42점, 서울관 9점)도 지방 순회 전시를 마치고 상설전시 작품에 포함됐다.
과천관에서는 1천200여평 공간에서 한국 근현대미술 100년사를 훑어보는 '한국근현대미술'전이 1·2부로 나눠 진행된다.
5월 1일 개막하는 1부 전시는 대한제국부터 개화기, 일제 강점기, 광복, 한국전쟁까지 연대별로 20세기 전반기에 제작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안중식의 1912년작 '산수'부터 시작해 채용신, 구본웅, 임군홍, 오지호, 박래현, 김기창, 이응노, 이중섭, 장욱진의 '새와 가족' 등 70명 작가의 작품 145점이 나온다.

실제 사진을 토대로 그려진 김은호의 '순종황제 인물상'이나 채용신의 '허유, 유인명 초상' 등 망원경이나 카메라 같은 신문물이 들어오면서 과거와는 다른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제작한 작품들, 과거의 서화에서 변화를 주면서 근대 서화를 모색했던 김규진의 '해금강총석', 변월룡의 '북조선 금강산(만물상)' 등을 볼 수 있다.

이어 미술과 미술가라는 개념이 등장하던 시기 나혜석과 도상봉, 이종우 등 1세대 서양화가들의 유화, 1930∼1940년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자주 다뤄진 소재인 초가집, 장독대, 아이를 업은 여자, 기생 등의 모습을 담은 김중현, 장우성, 이유태 등의 그림, 한국전쟁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담은 작품들로 이어진다.
특정 작가의 작품으로만 꾸민 '작가의 방'도 마련됐다. 한국 인상주의 선구자로 불리는 오지호, 부부작가 우향 박래현과 운보 김기창,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이중섭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이중섭 작품으로는 지난해 4월 케이옥션 경매에 나와 14억원에 낙찰된 '시인 구상의 가족'(1955)이 미술관 소장품으로 공개된다. '작가의 방'에선 1년 단위로 새로운 작가를 조명할 예정이다.
6월 26일 개막하는 2부 전시에서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작품을 선보인다. 1, 2부 전시를 모두 둘러보면 대한제국 시기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사 100년의 주요 흐름을 살필 수 있다.

과천관 상설전시가 우리 근현대미술사의 교과서적 전시라면 같은 날 시작하는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는 제목 그대로 오늘날 한국 동시대 미술 현장의 주요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서울관이 대표 소장품을 소개하는 상설전을 여는 것은 개관 이래 처음이다.
서울관 상설전은 주로 과천관 상설전 1부에서 다룬 시기 이후인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83명 작가의 작품 86점으로 구성됐다. 한 작가당 여러 점을 소개한 과천관과는 달리 해당 작가의 대표작 1점 정도를 선보인다.
연대기적 형식을 취한 과천관 전시와 달리 추상, 실험, 형상, 혼성, 개념, 다큐멘터리 등 6개 소주제로 작품을 나눴다.

'추상'에서는 김환기, 최욱경, 김창열, 남관, 박서보, 서세옥, 유영국, 윤명로, 윤형근, 이성자, 이우환, 이응노, 정창섭 등의 작품을, '실험' 섹션에선 곽덕준, 곽인식, 김구림, 김용익, 박석원, 박현기,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등 실험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형상' 주제에선 민중미술과 극사실주의 작품을, '혼성' 섹션에선 백남준, 강익중, 김수자, 서도호, 이불, 최정화 작품을 소개한다. 백남준이 1995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미술관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잡동사니벽'과 김수자의 '보따리 트럭-이민자들'(2007)은 미술관이 소장한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가로, 세로 각 3인치(7.6cm) 크기의 초소형 그림 1만개로 구성된 강익중의 '삼라만상'은 그 중 8천500여점이 13m 높이로 전시된다.
이밖에 '개념' 주제에선 박이소와 안규철, 김범, 김홍석, 양혜규 등을, '다큐멘터리' 섹션에선 문경원&전준호, 박찬경, 김아영, 노순택, 임민욱, 홍영인, 정연두 등을 소개한다.

서울관은 상설전 시작과 함께 처음으로 영어 도슨트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처럼 대규모 소장품 상설전을 열 수 있었던 데는 2021년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 큰 역할을 했다. 이건희 컬렉션 소장으로 미술관의 소장품이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30일 언론공개회에서 "상설전은 고정적으로 전시하면서 새롭게 교체될 수 있는 작품도 충분히 있어야 가능하다"며 "그동안 그런 부분이 미흡했지만, 지금은 아주 업그레이드됐고 여기에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유명한 작품을 중심으로 최근 연구성과가 나왔거나 수집한 작품, 조금 덜 알려졌지만 의미 있는 작품을 더해 균형을 맞췄다"며 "온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을 최대한 많이 골랐고 거기에 온 국민이 봤으면 하는 작품을 얹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울관이 '핵심 보기'라면 과천관은 '심화학습'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소장품은 미술관의 뼈대이자 근간이고 상설 전시는 미술관의 얼굴과도 같다"며 "한국 근현대미술 100년의 역사와 국제미술계에서 주목하는 한국 미술의 면모를 소장품만으로 설명할 수 있어 뜻깊은 전시"라고 말했다.
상설관 작품들은 전시작의 해외 전시나 작품 상태에 따라 교체될 예정이다. 일부 작품은 11월 시작하는 이건희컬렉션의 해외 순회전에 포함돼 교체된다. 두 전시 모두 유료 관람.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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