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플 브뤼셀] 언론인 위한 '특별연회' 개최한 벨기에 국왕
연합뉴스
입력 2025-04-30 08:10:36 수정 2025-04-30 08:10:36
'공식 관저' 라켄궁서 리셉션…연합뉴스, 韓언론 유일 초청받아
국왕 "민주주의 위기, 언론 중요"…여왕은 韓클래식 '극찬'


언론인 위한 '특별연회' 개최한 벨기에 국왕(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벨기에 필립 국왕 주최로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라켄궁 내 온실정원에서 열린 언론인 대상 리셉션 현장. 2025.4.29 shine@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이달 초 우편함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브뤼셀 거주한 지 3년 가까이 되도록 '대한민국 언론인'이라고 적힌 편지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발신처는 '벨기에 왕실 사무처'.

필립 국왕의 공식 거처인 라켄궁 내 온실정원에서 여는 벨기에 매체 및 외신 특파원을 위한 리셉션(연회)에 초청됐으며, 참석 여부를 회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기자로서는 물론, 한국인으로서도 드문 경험이란 생각에 별 고민 없이 참석하겠다고 했다.

벨기에 왕실에서 연합뉴스에 보낸 초청장(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벨기에 왕실에서 연합뉴스 앞으로 보낸 리셉션 초청장. 2025.4.29 shine@yna.co.kr

한편으로는 국왕이 굳이 왜 언론인들을 초청한 것일까, 왕실 홍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닐까 등 여러 의문도 들었다.

언론과 소통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대대적 홍보를 하고선 '미리 약속된' 질문 몇 개만 받거나, 그럴싸한 기념사진만 남기는 행사에 참석한 경험이 종종 있었던 탓이다.

'기대반 의심반'으로 리셉션 당일인 29일(현지시간) 찾은 라켄궁에서 만난 다른 매체 기자들도 처음엔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10년간 브뤼셀 특파원으로 일했다는 덴마크 기자는 "10년간 이런 행사는 처음 접해 호기심에 왔다"고 했고, 미국 매체 기자도 "요즘처럼 언론을 경시하는 시절에 무슨 일인가 싶어 와봤다"고 했다.

연합뉴스 등과 대화하는 필립 국왕(브뤼셀=연합뉴스) 벨기에의 필립 국왕(좌)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라켄궁 내 온실정원에서 열린 언론인 대상 리셉션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4.29 shine@yna.co.kr

오후 6시쯤 모습을 드러낸 필립 국왕과 마틸드 왕비는 200명에 달하는 참석 기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경호원은 내내 멀찍이 떨어져 있었으며, '난감한' 질문을 하는 기자를 제지하는 일도 없었다.

일부러 왕실 전속 사진기사도 동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필립 국왕은 '한국의 연합뉴스에서 왔다'는 소개에 "한국에서는 요즘 유럽의 어떤 뉴스에 특히 관심이 많나"라고 물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방문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최근에 베트남을 다녀와서 당장은 없지만 꼭 다시 가고 싶다"고 답했다.

필립 국왕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벨기에 국왕으로는 27년 만에 국빈 방한을 했다. 왕세자 시절에도 다섯 차례 방한하는 등 인연이 깊다.

기자들과 대화하는 마틸드 왕비(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마틸드 왕비(왼쪽)가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외곽 라켄궁 온실정원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4.30 shine.co.kr

마틸드 여왕은 이날 한국 클래식 교육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벨기에 왕실이 주관하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언급하며 "매년 콩쿠르마다 한국 음악가들의 활약이 정말로 놀랍다"며 "나는 음악 교육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한국의 클래식 교육체계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벨기에 왕실이 주관하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세계 3대 권위의 클래식 음악대회로, 2022년 첼리스트 최하영, 2023년 성악가 김태한 등 최근까지도 한국에서 우승자가 나왔다.

벨기에 국왕 가족사진(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벨기에 필립 국왕 주최 언론인 대상 리셉션이 열린 브뤼셀 라켄궁 온실정원에 걸려 있는 왕실 가족사진. 2025.4.29 shine@yna.co.kr

올해 대회는 피아노 부문으로 내달부터 본선이 시작되며, 본선 진출자 70명 중 한국인이 13명으로 중국과 함께 가장 많다.

마틸드 왕비는 올해 대회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취재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리셉션은 애초 1시간30분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국왕 부부와 기자들간 대화가 길어지면서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벨기에 국왕 공식 거처에 초대된 언론사 차량(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벨기에 필립 국왕 공식 거처인 라켄궁 부지 안에 초청 언론사 차량이 줄을 서 있는 모습. 라켄궁 부지 내엔 외부 차량 출입이 금지되지만, 이날 초청 언론사에 한해 특별히 허용됐다. 2025.4.29 shine@yna.co.kr

왕실 관계자는 "벨기에에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가 있어 전 세계 언론이 집결해 있고, 그런 벨기에의 대표하는 왕실로서 직접 소통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코로나19 이후 처음 재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왕 부부가)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머물러 나도 살짝 당황했다"며 웃었다.

필립 국왕은 모두 발언에서 "불행하게도 전 세계적으로 민주적 원칙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민주주의 그 자체도 마찬가지"라며 "정보가 전례 없는 속도로 확산하고 시민들이 '팩트'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때에, 언론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지능(AI), 소셜미디어(SNS)의 폐해 등도 언급하면서 "언론인들이 우리 시대의 목격자일뿐 아니라 적극적 행위자(active players)"라며 보다 사명감을 갖고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온실정원내 '콩고 하우스'(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벨기에 국왕 주최 언론인 대상 리셉션이 열린 브뤼셀 라켄궁 온실정원 내부의 '콩고 하우스'. 아프리카 지역의 열대 식물을 기르는 구역이다. 이 온실정원은 잔혹한 콩고 식민통치로 악명이 높은 레오폴드 2세 재위 당시 건립된 곳으로, '어두운 역사'의 잔재라는 비판도 있다. 2025.4.29 shine@yna.co.kr

한편, 이날 리셉션이 열린 라켄궁 온실정원은 19세기 레오폴드 2세 국왕이 건립한 시설이다. 현재는 연간 3주 동안만 일반인에 공개된다.

레오폴드 2세 재위 당시 벨기에가 잔혹한 콩고 식민통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화려함의 절정인 온실정원이 '어두운 역사'의 잔재라는 비판도 있다.

1830년 독립과 함께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벨기에는 언어권에 따라 지역간 분열이 심한 탓에 국왕이 나라의 통합을 상징한다.

제7대 국왕으로 2013년 즉위한 필립 국왕은 지난해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66%로 전년(59%)보다 올랐다.

브뤼셀 라켄궁 온실정원 외관(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벨기에 국왕 주최 언론인 대상 리셉션이 열린 브뤼셀 라켄궁 온실정원 외관. 2025.4.29 shine@yna.co.kr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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