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파과'의 민규동 감독이 불가능을 가능케 한 소감을 전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파과'의 민규동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
민규동 감독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로 데뷔 후 로맨스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실화 바탕 '허스토리'(2018) 이외에도 드라마, 사극, SF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파과'를 통해 액션 드라마 장르에도 도전,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들의 연이은 초청을 받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려운 도전을 완성한 민규동 감독은 '파과' 영화화가 힘들 것이라는 걱정 하에 작품을 완성해 냈다. 그는 "(원작) 작가분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장르적으로는 액션영화로서 하드보일드한, 장르에 충실한 영화가 되어야만 관객과 만날 수 있겠구나 했다. 주인공도 너무 새롭고 그래서 다른 제작자분들이 많이 시도 했지만 실패도 했고, 감독 친구들도 전화 와서 '나도 하고 싶은데 응원한다, 어렵지 않냐'는 질문도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60대의 몸으로 액션을 최대한 직접 소화한 이혜영은 갈비뼈가 부러져도 촬영을 강행해야 했다는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 감독은 "시간이 타이트 했고, 인원이 많았다. 저는 '계속 하셔야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랬고 (이혜영 배우는) 고개 끄덕이고 다시 하셨다. 저를 향한 원망의 정점이었겠지만,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 보다 고통스러운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배우들에게 혹독한 감독이 되는 것에 대해 민 감독은 "('허스토리'에서) 김희애 선배는 부산 사투리, 일어 때문에 위경련 오셔서 응급실 실려 가고 그랬다. 제가 직전에 대사를 바꿨는데 다 외운 일어를 새로 해야되니까. 끝없이 미움받는 존재에서 다시 사랑을 받아야 하는 감독이라는 존재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라고 한탄(?)했다.

결과물로 인정받는 것이냐는 질문에 "저도 끝까지 제 의심 속에 사는 것 같다. (영화는) 물리적인 게 아니라 화학적인 변화로 나온다. 미지의 단계를 뚫고 보이지 않는 항해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연극이나 공연처럼 했던 걸 또 하면 너무 잘할 수 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만들 때 생각이 나더라.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데 내가 큰 만큼 장애물도 똑같이 커졌고 관객도 더 눈이 높아졌다. 예전처럼 능력의 한계를 요구하는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파과'를 초고부터 136고까지 고쳤다는 민 감독은 "트리트먼트를 통해 시리즈 8개 대본 다 써 봤다. 영화로 너무 만들고 싶었는데, 코로나19 시기였다"라며 늑대 인간, 여자 투우, 해외 배우들까지 다양한 구성을 짜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영화를) 빨리 만들게 해주시면 심플하게 처음 이미지를 만들었으니까. 시대가 저에게 불필요하게 시간을 많이 줬다. 다음에는 빨리할 수 있게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시대에 요청을 드리고 싶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파과'는 30일 극장에서 개봉됐다.
사진=NEW, 수필름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