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암컷 보노보 권력 우위 비밀은…"암컷끼리 연대해 수컷 견제"
연합뉴스
입력 2025-04-25 07:49:27 수정 2025-04-25 07:49:27
獨·美 연구팀 "암컷끼리 연합 형성…수컷 개체 70%보다 높은 지위 누려"


콩고민주공화국 코코알롱고 보노보 무리의 암컷들 콩고민주공화국에 서식하는 코코알롱고 보노보 무리에서 암컷 글로리아(왼쪽)가 다른 암컷으로부터 털 손질을 받고 있다. [Martin Surbeck, Kokolopori Bonobo Research Projec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포유류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우위를 점하는 현상은 드물지만 인류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 중 하나인 보노보에게서는 암컷이 수컷보다 큰 권력을 누리는 현상이 빈번히 관찰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6개 야생 보노보 무리에 대한 30년 치 관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암컷들이 서로 연대해 수컷을 견제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권력 우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러진 나무 위의 에칼라칼라 보노보 무리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서식하는 에칼라칼라 보노보 무리가 쓰러진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Martin Surbeck, Kokolopori Bonobo Research Projec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및 미국 하버드대 마틴 서벡 박사팀은 25일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서 야생 보노보 암컷들이 연합을 형성해 수컷에 대한 권력 우위를 지킨다는 첫 실증적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노보는 몸 크기나 힘 등 생물학적으로 보면 다른 사회성 포유류처럼 수컷이 무리를 지배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보노보 무리에서는 암컷이 먹이 서열이 높고 짝짓기 결정권을 갖는 등 수컷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것은 보노보 같은 동물 세계에서는 매우 기이한 일이라며 이런 암수 간 모순적 역학관계가 어떻게 가능한지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갈등의 승패에 따른 자기강화 효과로 지배력이 생긴다는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 가설과 수컷의 공격성이 짝짓기 성공을 감소시킨다는 암컷 생식 조절(female reproductive control) 가설, 암컷들이 갈등에서 수컷을 이기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암컷 연합(female coalition) 가설 등이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있는 6개 보노보 무리를 1993년부터 2021년까지 모니터해 성체 개체들 사이에 발생한 공격 사례를 기록, 분석했다. 수컷이 암컷의 공격에 굴복한 갈등의 비율과 각 암컷보다 우위에 있는 수컷의 비율을 통해 암컷의 권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관찰 기간에 모두 1천786건의 암수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1천99건(61.5%)에서 암컷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암컷들은 각 무리에서 수컷 개체의 70%보다 높은 지위를 누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암컷 연합이 형성되면 약 85%가 집단으로 수컷을 표적으로 삼아 복종하게 했고, 이는 집단 내 지배 계층 구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서벡 박사는 보노보 무리의 성체 암컷들은 서로 다른 집단에서 이주해 와 함께 성장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들 간의 깊은 유대감과 협력은 예상 밖이라며 야생에서 이런 연합 형성은 자주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암컷 연대가 포유류 사회에 흔한 수컷 중심의 권력 구조를 뒤집을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증거"라며 "암컷들이 서로를 지지해 사회적 지위를 적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공동 연구자인 막스프랑크 동물행동 연구소(MPI-AB) 바버라 프루트 박사는 암컷들의 높은 서열이 보편적 '지배'(rule)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암컷이 도전받지 않는 지배력을 행사한다기보다는 높은 지위를 누린다는 게 더 정확하다"고 밝혔다.

이어 "왜 하필 보노보가 수많은 동물 중에서 암컷 연합을 만들게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고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 중 하나인 보노보 암컷들이 수컷과 함께 권력을 잡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는 것은 작은 희망을 준다"고 덧붙였다.


◆ 출처 : Communications Biology, Martin Surbeck et al., 'Drivers of female power in bonobos', https://www.nature.com/articles/s42003-025-07900-8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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