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가 남긴 문화유산 집대성…서울역사박물관 특별전
연합뉴스
입력 2025-04-24 13:30:01 수정 2025-04-24 13:30:01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4월 25일부터 6월 29일까지 전시
보물급 32점 포함 유물 128점 역대 최대…20여점은 일반 최초 공개


국교 재개를 위해 파견된 첫 회답겸쇄환사의 사행 기록 '경칠송해사록'(최초 공개)(경섬, 1607,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립중앙도서관)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시대 통신사(通信使)의 문화교류 유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집대성한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조선시대 통신사 유물 128점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시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을 오는 25일부터 6월 29일까지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비롯해 일본 지정문화재, 한국 지정문화유산 등으로 구성돼 한일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금 되새긴다.

단순한 문화교류 유산 소개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 어린 교류, 문학과 예술로 오간 감정의 흔적, 민중의 시선으로 본 외교와 교류의 의미를 전한다.

전시 규모는 총 1천156㎡로, 서울역사박물관 개관 이래 최대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4건, 일본 지정문화재 8건, 한국 지정문화유산 4건 등 보물급 유물 32건(중복 지정 제외)을 포함해 국내외 18개 기관이 소장한 총 128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재일동포 사학자 고(故) 신기수(1931∼2002) 선생이 평생 수집해 오사카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신기수 컬렉션'과 국사편찬위원회, 에도도쿄박물관이 보유한 양질의 통신사 자료도 포함돼 의미를 더한다.

옷차림으로 전해지는 조선의 품격 '신미통신사정장복식도권'(최초 공개)(1811, 국사편찬위원회)

특히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유물 20여점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대표적으로 일본 미구쿠루미타마신사에 봉헌된 통신사 그림 '에마(繪馬)', 국서 전달식에서 조선 사절의 위엄과 품격을 담아낸 '신미통신사정장복식도권(辛未通信使正裝服飾圖卷)', 역관이자 천재 시인으로 불렸던 이언진이 항해 중 바다 위에서 직접 써 내려간 '송목관시독(松穆館詩牘)' 등이 있다.

이밖에 에도에서 통신사 일행이 화려한 환대를 받는 장면을 금병풍으로 담은 '통신사환대도병풍(通信使歡待圖屛風)', 조선 사절단의 행렬을 일본인의 시선에서 그려낸 '조선통신사등성행렬도권(朝鮮通信使登城行列圖卷)' 등 다채로운 분야의 유물이 선보인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국가 외교 사절단, 통신사'는 통신사를 단순한 문화사절이 아닌, 평화를 이끈 외교 시스템으로 재조명한다.

임진왜란 이후 다시 외교의 문을 열기까지 조선이 고민한 과정과 통신사란 명칭의 의미,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국서 교환과 대등한 외교의 상징성을 살핀다.

제2부 '평화가 흐르는 길'은 서울에서 에도까지 1만리에 이르는 대장정을 따라간다.

수개월에 걸친 대규모 행렬과 일본 사회의 반응, 통신사를 구경하는 민중의 시선, 국서 전달 의식의 엄숙함,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마상재 공연 등을 통해 통신사의 여정과 만남의 풍경을 생생히 조명한다.

제3부 '바다를 건너 흐르는 문화'는 외교의 여운이 개인 간 깊은 교류와 민중의 문화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시문과 필담, 서화, 도자기, 마쓰리(祭り), 공예 디자인 등 통신사가 남긴 문화적 영향은 오늘날에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1763년 계미사행을 중심으로 교류의 절정기를 집중 조명한다.

전시에서는 세계적 영상 아티스트 장 줄리앙 푸스 등과 협업한 몰입형 영상 3편이 함께 공개된다. 통신사 파견의 고뇌, 여정의 풍경, 문사 간 필담 창화의 순간을 감각적으로 재현한다.

또한 보드게임형 체험 전시, 유물 퀴즈 존, 학급단체 교육 등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민중의 일상과 문화 속으로 스며든 통신사 '선단 에마'(최초 공개)(1695, 돈다바야시 지정문화재, 미구쿠루미타마신사)

통신사를 주제로 한 국제 학술 심포지엄(5월 23일)과 고 신기수 선생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에도시대의 조선통신사(1979)' 상영회,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갤러리 토크 등도 진행된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신뢰와 교류의 흔적 속에서 '마음의 사귐'이 담긴 역사적 장면들을 관람객들이 차분히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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