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종] 또다시 '변화' 택할까…차기 유력주자로 필리핀 추기경 부상
연합뉴스
입력 2025-04-22 11:51:05 수정 2025-04-22 17:13:30
텔레그래프 "'아시아의 프란치스코' 타글레 선두…67세 젊은 나이는 약점"
외신, 20여명 후보군 거론하며 '안갯속' 판세 소개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탈리아에는 '교황으로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에 들어간 사람이 추기경으로 나온다'(Chi entra papa nel conclave ne esce cardinale)는 속담이 있다. 교황 선출 과정에서 예상을 뒤엎는 결정이 자주 나오곤 한 것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마지막까지 순간까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빗댈 때 자주 쓰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선종함에 따라 그의 후계자에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외신들은 20명 이상의 후보군을 소개하며 '안갯속' 판세를 조명했다.

특히 차기 교황으로 비(非)백인의 아시아인, 또는 아프리카인이 선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서방을 넘어 아시아·아프리카 등으로 교세를 확장 중인 가톨릭계가 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또 한 번 '변화'를 택할지 이목이 쏠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선두 주자가 첫 아시아 출신 교황이 될 수 있다"며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을 유력 후보로 꼽았다.

로이터 통신도 타글레 추기경에 대해 "교황이 되기 위한 모든 자격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머와 겸손함, 진보적인 성향을 닮았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그는 필리핀 신학교에서 약 20년간 생활하면서 방에 에어컨과 TV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주교가 된 이후에도 승용차 대신 버스나 '지프니'(개조한 10인용 합승차)를 타고 출퇴근했다.

그는 2019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현 복음화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타글레 추기경에게 교황청과 관련한 경험을 쌓게 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계 필리핀인 어머니를 둔 타글레 추기경은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67세로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는 타글레 추기경의 약점으로 꼽힌다.

텔레그래프는 "추기경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을 교황으로 임명하는 것을 주저한다"며 "이는 언젠간 자신도 교황으로 선출될 수 있다는 바람과 기회를 좌절시키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마르세유 대주교 장마르크 아벨린[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이터는 타글레 추기경 이외에 8명을 차기 교황 후보로 함께 주목했다.

우선 프랑스의 마르세유 대주교 장마르크 아벨린 추기경(66)은 이민자와 이슬람계와의 관계 등에 있어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념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

프랑스 가톨릭계에선 1958~1963년 재위한 요한 23세 교황과 닮았다는 이유로 '요한 24세'로도 통한다.

헝가리의 피터 에르도 추기경(72)의 경우 2013년 콘클라베 당시에도 교황 후보자로 거론된 인물이다.

그는 유럽 대륙의 기독교적 뿌리를 강조하는 등 신학적으로는 보수적 색채가 강하지만 실용적인 면모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만일 에르도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다면 이는 가톨릭계의 진보·보수 진영간 타협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치 추기경(68·몰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한 개혁을 뒷받침한 인물로 간주된다. 2014년 그는 교황청 연설에서 교회가 성소수자를 더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로 인해 보수 진영에서 많은 공격을 받았다.

로이터는 그가 "처음에는 보수주의자로 여겨졌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한 개혁의 횃불이 돼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주교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주교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79·스페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품을 닮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높은 직책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삶을 살아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2022년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진 자의 눈으로만 현실을 볼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70·이탈리아)은 교황청의 외교관 출신으로 중도적 성향으로 여겨진다. 그는 낙태·성소수자 문제 등을 둘러싼 교회의 이른바 '문화 전쟁'의 최전선에 서거나 시끄러운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 때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것을 두고 "인류의 패배"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대주교 조셉 토빈 추기경(72·미국)은 가톨릭 주요 수도회인 구속주회의 리더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동했으며 이탈리아어·스페인어·프랑스어·포르투갈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로이터는 "세계의 추기경들이 첫 미국인 교황을 선출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만약 선출한다면 토빈 추기경이 가장 가능성이 큰 후보"라고 짚었다.

볼로냐 대주교 마테오 마리아 주피[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밖에 후보군에 거론되는 이탈리아 볼로냐 대주교 마테오 마리아 주피 추기경(69·이탈리아)은 이민자와 가난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화려함이나 의전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 '거리의 사제'로 불린다. 그가 선출될 경우 1978년 이후 첫 이탈리아인 교황 기록을 세우게 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피터 코드워 아피아 턱슨 추기경(76·가나)은 가나에서 신자들을 돌본 오랜 사목 경험과 교황청에서 여러 직책을 맡으면서 쌓은 실무 경험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가 교세가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아프리카 지역 출신이라는 점 역시 그의 입지를 강화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가톨릭계 안팎에서는 유흥식 추기경(73)의 교황 선출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유 추기경은 이번 콘클라베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피선거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것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요한 바오로 2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1978년 10월 투표에 자리를 함께 한 이후 약 47년 만이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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