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게임 수명주기 속 '대세감' 유지 방법 고심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업계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신작 경쟁 속에서 팬과의 접점을 늘리며 '대세감'을 이어가고자 고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0.5주년', 즉 출시 6개월 기념 이벤트다.
올해 들어 0.5주년 이벤트를 예고한 게임사만 해도 넷마블[251270]의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 엔씨소프트의 '호연', 그라비티의 'THE 라그나로크'(최신순) 등으로 수두룩하다.
0.5주년은 물론 1.5주년이나 2.5주년 행사도 일상이 됐다.
에피드게임즈의 '트릭컬 리바이브'는 최근 1.5주년 이벤트와 업데이트를 단행했고, 시프트업[462870]이 개발하고 레벨인피니트가 배급하는 '승리의 여신: 니케'도 오는 18일 '2.5주년' 특별 방송을 예고했다.
물론 1주년 단위의 기념행사는 게임 바깥의 유통업이나 이동통신, 서비스업 직종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0.5주년 기념 이벤트를 여는 산업군은 적어도 아직은 게임업계가 유일한 듯하다.
게임 업계가 6개월 단위로 대형 이벤트를 열고 홍보에 나서는 원인은 갈수록 짧아지는 게임의 평균 수명주기 때문이다.
과포화 상태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신작이 살아남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작년 출시된 한국산 신작 모바일 게임 중 현재까지 장기간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게임은 111퍼센트의 '운빨존많겜', 스마일게이트의 '로드나인',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정도다.
달리 말하면, 나머지 신작 게임들은 모두 출시 직후에만 '반짝'한 뒤 1주년이 되기도 전에 순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0.5주년 단위 이벤트는 출시된 게임의 '대세감'을 촘촘하게 유지하는 전략이다.
게임 운영이 초반 유행 이후 치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이 게임은 오래 간다'는 신뢰감을 주는 것이다.
실제로 모바일 게임의 n주년 단위 이벤트에서는 대규모 업데이트와 함께 무료 재화 배포, 효율이 좋은 신규 패키지 출시 등이 이어진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출시 기념 이벤트는 신규 유저나 한때 게임을 플레이했다 접은 이용자들을 대거 유입시키기 좋은 기회기도 하다.
최근에는 PC·콘솔 패키지 게임들까지 시즌 단위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라이브 서비스 요소를 도입하면서, 이용자 대상으로 존재감을 알리려는 게임업계의 경쟁은 더 격화할 전망이다.
한 국내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는 게임이 '오래 갈 게임'이고 '인기 게임'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흥행에 특히 중요하다"며 "한번 '대세감'을 확보하면 외부적인 악재가 생기거나 대형 경쟁작이 나와도 이용자들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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