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된 사고헬기 대구 산불 진화 중 추락·조종사 사망…의성서도 동일 사고
산림청 헬기 12대 기령 30년 초과…지자체·임차헬기도 노후화
산림청 헬기 12대 기령 30년 초과…지자체·임차헬기도 노후화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김선형 박세진 기자 = 경북 의성에 이어 6일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생산된 지 44년 된 진화 헬기 1대가 또다시 추락하면서 노후화한 헬기 운용 등에 대한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1분께 북구 서변동 야산에서 난 산불 현장에 투입된 진화 헬기 5대 가운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정모(74)씨가 사망했다.
산불 현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지점에 추락한 헬기에는 당시 조종사 1명만 타고 있었다.
사고 헬기는 44년 된 벨(BELL) 206L 기종으로, 동구청이 산불 진화용으로 임차해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에서도 인근 4개 시·군으로 번진 대형 산불을 끄기 위해 투입됐던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해 기장 박모(73)씨가 사망했다.
해당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으로 담수 용량 1천200ℓ의 S-76 기종 임차 헬기며, 1995년 7월 생산돼 30년 가깝게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1월에도 강원도 양양에서 산불 예방·진화용으로 운영됐던 S-58T 기종 중형 임차 헬기가 추락해 5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이 헬기 또한 1975년 제작돼 생산한 지 47년 된 노후 기종으로 파악됐으며, 당시 속초시가 대표 계약을 해 속초·고성·양양 등 3개 지자체가 공동 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노후한 진화 헬기가 산불 현장 등에 투입됐다가 추락하는 사고는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탓에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예산 운용으로 낡은 진화 헬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하는 등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달 경북 5개 시·군을 휩쓸었던 대형 산불 사례를 통해서도 초동 진화 핵심 전력인 헬기의 노후화는 부족한 보유 대수 및 담수 용량 문제와 함께 무엇보다도 우선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꼽혔다.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산림청에서 보유 중인 진화 헬기는 모두 50대로, 기령이 20년을 초과한 헬기는 약 65%(33대) 정도다. 또 이 가운데 기령이 30년 이상 된 헬기는 12대가량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당국 등이 보유한 임차 진화 헬기 등 역시 담수 용량이 작은 데다 노후화되기는 마찬가지다.
경북도가 보유한 진화 헬기 19대 가운데 13대는 기령이 30년을 초과했으며, 1962년에 제작된 헬기도 1대 있다.
대구에서는 시가 자체 구입한 헬기 2대와 구·군에서 임차한 헬기 4대 등 모두 6대 진화 헬기가 운용돼 왔다.
대구시가 구입한 헬기 2대 가운데 1대는 2019년에 제작된 비교적 최신 기종이지만 나머지 1대는 2005년에 만들어졌다.
임차 헬기 4대 가운데 3대는 동구와 달성군·군위군 등 3곳에 1대씩 있으며, 수성·남·북·서구 4곳 지자체는 진화 헬기 1대를 공동 임차해 사용 중이다. 또 이들 헬기 4대 모두 제작된 지 20년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 헬기 관리는 이를 임대한 민간업체가 국토교통부 헬기 운항 지침에 맞춰 담당하고 있다.
이날 헬기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기체 노후화도 지목되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노후 헬기에 대한 조사와 점검을 철저히 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산불 진화와 관련한 필요한 모든 예산을 확보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당국이 매뉴얼대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지, 필요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으면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 문제와 관련해 진화 헬기를 띄우기 전 충분한 유지·보수가 이뤄지는 등 문제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노후화한 진화 헬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객기·전투기 같은 고정익 항공기보다 헬리콥터는 조종간(항공기 비행 방향과 운동 방향을 조종하는 막대 모양 장치) 개수가 많고 냉·난방 장치도 없는 경우도 다수라 운항 시 체력 소모가 많은 탓에 비상 상황에 보다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종 업무 가능 연령을 법적으로 제한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대식 구미대학교 항공헬기정비학과장은 "현행 항공안전법에는 헬리콥터 조종에 대한 연령 제한이 없으나, 사고 감소 등을 위해 별도 제한을 두는 방안도 장기적으로는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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