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머스크, 어떤 부탁도 한 적 없어"…머스크 "비용 영향 적지않아"
픽업트럭 시장선 포드 수혜볼듯…"최대 피해는 폭스바겐" 관측
픽업트럭 시장선 포드 수혜볼듯…"최대 피해는 폭스바겐" 관측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이 일론 머스크의 자동차 제조기업 테슬라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로 테슬라가 '승자'가 될 수 있으며 적어도 경쟁사보다 피해를 덜 입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 등 미국 내에서 생산한다. 따라서 수입 완성차에 부과되는 25%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
물론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관세가 붙기 때문에 테슬라도 생산 비용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등 부품들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가격 경쟁력 면에선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테슬라의 인기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와 세단 '모델3'이 수혜를 볼 수 있다.
이들 모델의 경쟁사 제품인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이쿼녹스EV, 포드의 머스탱 마하-E가 멕시코에서 생산되고, 테슬라 모델들보다 수입 부품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을 적용받는 부품에 대해선 일단 관세를 유예하기로 한 만큼, 경쟁 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직 불분명한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관세가 머스크에게 좋을 것으로 보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립적이거나 좋을 수 있다"며 "미국에 공장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에게 사업과 관련해 어떤 부탁도 한 적이 없다"며 머스크가 자신의 관세 부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명확히 말하자면, 관세는 테슬라 차량의 외국산 부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며 "비용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치로 자동차 가격이 수천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관측한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은 이번 관세로 자동차 제조업체는 연간 750억 달러(약 110조 원)를 추가 부담하게 될 것이며 그 비용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가격 상승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중저가 모델의 판매에 특히 타격을 줄 수 있다.
NYT는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에서 생산되는 GM의 소형SUV 쉐보레 트랙스와 같은 저가 모델에 대한 중산층 구매자의 접근성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픽업트럭 시장에서는 포드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포드는 픽업트럭 라인인 F-시리즈를 미국 내에서 생산한다. 반면 도요타, GM, 스텔란티스의 램 등 경쟁사는 멕시코에서 상당수의 픽업트럭을 제조한다.
BMW, 도요타, 닛산, 메르세데스 벤츠, 혼다, 현대차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국에도 공장을 운영하며 일부 자동차를 생산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아시아, 유럽에서 생산한 자동차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어 관세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NYT는 폭스바겐이 최대 피해기업 중 한 곳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테네시주에서 SUV 아틀라스와 전기차 ID.4를 생산하지만, 세단인 제타 모델은 멕시코 공장에서 제조한다.
폭스바겐의 브랜드 아우디 역시 멕시코·유럽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서 판매하며, 폭스바겐 자회사 포르쉐도 모든 자동차를 유럽에서 들여온다.
NYT는 "이번 관세는 미국에서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온 폭스바겐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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