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걸음으로 그린 세계지도…"금지와 명령에 불을 질러라"
연합뉴스
입력 2025-03-13 08:10:01 수정 2025-03-13 08:10:01
신간 '세상은 단 한 번도 떠날 때와 똑같지 않았다'


'세상은 단 한 번도 떠날 때와 똑같지 않았다' 표지[문학사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여성에게 여행은 모든 금지와 명령에 불을 지르는 일이다."

프랑스 여행작가 뤼시 아제마의 신간 '세상은 단 한 번도 떠날 때와 똑같지 않았다'(문학사상)는 남성 중심으로 서술된 여행 문학의 한계를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여행과 발견, 정복을 오로지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한 기존의 편견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17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 여행자들의 성공과 쟁취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남성 여행자가 쓴 여행기에서 여성은 주로 집에서 기다리는 수동적인 아내나, 길 위에서 남성을 유혹하는 존재로만 그려졌다.

헤밍웨이나 잭 케루악, 고갱과 같은 유명한 남성들조차 자신들의 여행 경험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며 성차별적 시각을 강화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반면 여성 여행자들은 현지의 상황을 보다 객관적이고 정직하게 묘사하고 기존 남성 여행자들이 숨기거나 미화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저자는 여성 여행자의 다양한 삶을 통해 여행이 모험이나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여성에게 여행은 때로는 해방과 자기 결정권을 얻기 위한 투쟁이었으며, 페미니즘 운동의 일환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20세기 초 패니 불럭 워크맨은 카라코람산맥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문구를 들고 등반했고, 메리 프렌치 셸던은 여성도 남성처럼 탐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홀로 킬리만자로산을 올랐다. 이들의 용기 있는 발걸음은 당시의 억압적인 사회적 규범에 정면으로 도전한 상징적인 행위였다.

저자는 여행이 언제나 여성들에게 자유와 해방만을 선사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인다. 대부분의 여성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 가부장적 사회의 통제와 폭력을 맞닥뜨려야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남편으로부터 총격당한 여성 탐험가 플로라 트리스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저자는 책 제목처럼 여행을 통해 자기만의 정체성과 목소리로 새로운 세상을 찾아낸 여성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여행이 더 이상 남성만의 독점적 영역이 아니라 여성의 주체성과 자유, 자기표현의 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정은 옮김. 284쪽.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인기순
최신순
불 타는 댓글 🔥

namu.news

ContáctenosOperado por umanle S.R.L.

REGLAS Y CONDICIONES DE USO Y POLÍTICA DE PRIVACIDAD

Hecho con <3 en Asunción, República del Paragu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