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1번기 조종사 좌표 입력 실수"…지상·상공·투하전 확인에도 안 걸려
좌표 잘 입력한 2번기 조종사도 따라서 오폭…항공기 관제도 '부실'
좌표 잘 입력한 2번기 조종사도 따라서 오폭…항공기 관제도 '부실'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6일 발생한 초유의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는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게 군 당국의 1차적인 판단이다.
실수로 좌표를 잘못 입력할 수는 있지만, 이후 3차례나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냥 지나친 것으로 보여 안일한 훈련 태도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군 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10시 4분께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의 KF-16 2대가 MK-82 폭탄을 각 4발씩 총 8발을 비정상적으로 투하했다.
군 당국은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을 '조종사의 좌표입력 실수'라고 밝혔다.
당시 KF-16 두 대가 편대 비행을 하며 MK-82 폭탄 동시발사 전술훈련을 진행했는데, 1번기 조종사가 폭탄 투하 좌표를 잘못 입력해 먼저 폭탄 4발을 잘못된 지점에 투하했고, 뒤따라오던 2번기 조종사는 제대로 된 좌표를 알고 있었지만 1번기를 따라 투하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KF-16 1번기·2번기 조종사는 같은 위관급 계급으로, 각각 400시간, 20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가진 조종사로 알려졌다. KF-16은 조종사 혼자 타는 기종이다.

우선 KF-16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입력한 경위에 관심이 쏠린다.
전투기 조종사는 임무 계획을 받게 되면 USB 형태의 저장장치에 키보드 자판으로 표적 좌표를 입력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실수가 있었더라도 바로잡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그냥 지나쳤다는 점이다.
공군에 따르면 조종사는 ▲ 전투기 탑승 후 좌표가 입력된 저장장치를 전투기에 연동할 때 ▲ 비행중 등 두 차례 좌표가 정확한지 확인해야 하고, ▲ 좌표 지점에 도착했을 때 맨눈으로 표적을 확인하는 등 총 3차례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군 당국은 1번기 조종사가 이 검증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전 계획상 두 전투기는 폭탄 투하 당시 4천 피트(약 1.2㎞) 상공에서 시속 833㎞ 속력의 비행이 계획돼 있었다. 폭탄은 표적에서 8㎞ 벗어난 곳에 떨어졌는데, 좌표를 조금만 잘못 입력해도 탄착점은 크게 달라진다.
2번기 조종사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논란이다. 2번기 조종사는 좌표를 제대로 입력해놓고도 1번기를 따라 오폭했다.
공군은 '동시발사 전술훈련'이었기 때문에 2번기 조종사의 입력 좌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1번기가 설정된 좌표가 아닌 곳에 폭탄을 투하했다는 점을 알아챘다면 폭탄 투하에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투기에 대한 항공기 관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두 전투기는 정상적 투하 시 비행했을 경로에서 벗어났다. 공군 관계자는 "항공기를 레이더상에서 관리는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정된 항로를 따라 비행하지 않은 두 전투기에 이를 알려 교정했다면 초유의 사고를 막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군 관계자는 "기계획 경로에서 좀 벗어나서 비행한 건 맞지만 크게 차이가 드러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해당 조종사들의 건강 상태나 음주 여부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현재까지 조종사들에 대해 사고 조사 과정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음주나 건강 상태는 좀 더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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