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를 나라'…트럼프 연설에 레소토 "매우 모욕적" 항의
연합뉴스
입력 2025-03-06 09:01:54 수정 2025-03-06 17:47:04
예산낭비 사례로 '아프리카 LGBT 돈 댄다' 주장
"원조 끊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나라 그렇게 부르지 말라"


전통적 복장인 모자와 담요를 착용한 레소토 국민 바소토[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아무도 모를 나라'로 언급한 레소토가 명예훼손을 토로하며 반발했다.

레호네 음포트호아네 레소토 외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매우 모욕적"이라며 "우리 나라가 그 국가원수(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렇게 언급되는 것은 정말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음포트호아네 장관은 "레소토는 전 세계를 통틀어 독특하고 중요한 나라"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자국에 초대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충격적 예산 낭비를 일부 확인했으니 들어보라며 아프리카에 있는 왕국 레소토를 거명했다.

그는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프리카 나라 레소토의 LGBTQI+(성소수자 집단)를 증진하기 위한 800만 달러(약 116억원)"라고 말해 일부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음포트호아네 장관은 레소토 주재 미국 대사관의 자금을 받는 일부 시민사회 단체가 실제로 LGBT+ 공동체를 지원하려고 활동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성소수자 지원이 사안의 전부가 아니라며 미국이 레소토의 보건과 농업 부문에서도 자금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에 따라 해외원조를 예산 낭비로 보고 전 세계에 지원되는 수십억 달러를 삭감했다.

레소토도 그 예외가 아니었다.

음포트호아네 장관은 원조에 의존한 보건 부문에서 당분간 충격을 느끼겠지만 레소토 정부는 자립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통령의 원조 삭감 결정은 그 사람의 권한"이라며 "우리는 그걸 받아들여야 하지만 우리 나라를 그렇게 언급하는 게 참 불쾌하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완전히 둘러싸인 레소토 [세계지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인구 223만명(미국 중앙정보국 추산)의 입헌군주제 국가인 레소토는 지리적, 문화적으로 독특한 면이 있어 종종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일단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완전히 둘러싸인 위치가 눈에 들어온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레소토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토 전체가 해발고도 1천m 이상에 있는 국가다.

최저지대는 1천400m로 험준한 산악 지형 때문에 말을 타거나 걷거나 항공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는 마을이 수두룩하다.

레소토에 있는 마테카네 공항은 낭떠러지 위에 있는 짧은 활주로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마테카네 공항의 항공기 이륙을 '비행을 배우기 위해 둥지에서 밀려나는 새끼 새'의 모습에 비교하기도 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스키 리조트인 아프리스키(해발고도 3천222m)도 레소토에 있다.

레소토는 농지가 많지 않아 식량부족에 취약하며 국민들은 남아공에 취업해 돈을 벌어 쓰고 있다.

최대 천연자원은 물과 다이아몬드이며 남아공으로 수출된다.

레소토는 교류가 많은 남아공과 일부 문화를 공유하며 사용하는 언어인 '세소토'는 남아공 내 11개 공식 언어 가운데 하나다.

남아공에서 세소토를 쓰는 사람들은 레소토 전체 인구보다 많은 460만명에 달한다.

음포트호아네 장관이 우려한 것처럼 레소토의 최대 난제는 열악한 보건이다.

레소토는 국민 5명 중 1명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로 세계에서 그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레소토의 HIV 대처를 돕기 위해 2006년 이후 10억 달러(약 1조4천500억원) 정도의 지원을 약속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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